서울 아파트값은 88주째 상승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집값을 못 잡으면 사퇴하겠다는 공공기관장, 성공 신화에 금이 간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번 주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 냉정한 성적표가 맞부딪혔습니다.
집값 급락을 자신한 LH 사장 앞에는 목표에 한참 못 미친 주택 착공 실적이 놓였고, 팬오션과 크린토피아에서 잭팟을 터뜨렸던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 투자에서 원금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장밋빛 전망과 달라진 현실, 두 현장의 엇갈린 성적표를 들여다봤습니다.
◆ 이성훈 LH 사장, 집값 안정에 자신감 근거는?
-최근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집값을 잡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죠. 어떤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가요.
-이성훈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값 안정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의원들이 집값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2028년도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사퇴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집값 안정에 자신의 거취를 건 셈입니다.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고요.
-네, 이 사장은 주택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을 근거로 집값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사장은 "LH가 열심히 공급하고 있다. 금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값이 언제 꺾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6억원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대출 한도는 주택 가격에 따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입니다. 이 사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대출 규제 강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LH 수장이 대출 규제를 논해도 되는 건가?", "공공임대주택에서만 거주하라는 소리", "서민들만 죽어나고 있네" 등의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대출을 더 줄이면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실제 국감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대출을 줄이면 청년과 신혼부부가 어떻게 집을 사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이 사장은 "집값이 안정되면 당장 주택을 구입하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이 늘면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는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나요.
-홍지선 국토부 장관도 지난 7일 열린 국감에서 연말로 갈수록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른 지역도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8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전국 125, 서울 133을 기록했습니다.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정부의 집값 안정 전망과 달리 시장에는 여전히 상승 기대감이 남아 있는 겁니다.

◆ LH 공급 실적은 목표의 4분의 1…서울 입주 절벽까지
-집값 안정의 핵심은 결국 공급일 텐데요. 공급 실적은 어떤가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에 따르면 올해 LH의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1만3293호입니다. 연간 목표인 5만1783호의 25.7%에 그칩니다. 목표 물량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겁니다. 야당에서는 집값 급락을 전망하기보다 공급 실적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LH는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요.
-네, 이 사장은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인 물량이 많아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기다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주택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습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 13일 논평에서 이 사장의 집값 하락 전망을 '아니면 말고'식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과 예측 가능한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줄어들 전망이라고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31.9% 감소할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1만8682가구, 2028년에는 1만3683가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년 사이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겁니다. 정부가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착공부터 실제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립니다. 당장 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재개발과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도 부담으로 꼽힌다고요.
-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정비사업으로 이주할 예정인 가구는 17만9310가구에 달합니다. 입주 물량은 줄어드는데 이주 수요까지 늘어나면 전월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전월세 수급 전망을 고려해 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집값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당분간 안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월세시장 불안과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장 또한 대출 규제와 자금 조달 부담으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서울 외곽에서도 종전 최고가를 웃도는 거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 사장이 약속한 집값 안정이 실제 공급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겠군요.
-네, 이 사장은 2028년부터 집값 안정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고 앞으로 입주 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LH의 착공 실적도 아직 목표에 크게 못 미칩니다. 집값 하락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계획한 주택을 제때 공급하는 일입니다. 이 사장이 내건 사퇴 약속의 무게도 결국 실제 공급 실적과 집값 안정 여부에 따라 평가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집값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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