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유한양행의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개발(R&D) 전문가인 김열홍 R&D 총괄사장과 내부 출신인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공동대표 체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달 열릴 이사회가 차기 경영진 인선의 주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욱제 대표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해 2024년 연임했다. 회사 규정상 전문경영인 대표의 재임 기간이 6년으로 제한돼 차기 대표 선임이 필요하다. 이달 이사회에서 인선 방향이나 차기 대표 선임 절차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후보로는 김 사장과 이 부사장, 유 부사장 등 3명이 거론된다. 유한양행은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이래, 1980년대 초반 외부 영입 인사였던 박춘거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들이 대표직을 이어왔다. 이번 인선에서 이 부사장이나 유 부사장이 선임될 경우 이러한 '순혈주의'와 내부 승계 전통이 유지된다. 이 부사장은 1986년 입사해 약품 영업과 경영관리 등을 거치며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 부사장은 1994년 입사해 영업과 종합병원 사업 등을 총괄해온 영업통이다.
R&D 전문가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김 사장은 외부 영입 출신이다. 고려대 의대 교수와 암연구소장 등을 지낸 그는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해 R&D를 총괄하며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렉라자'의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4년 사내이사로 선입돼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제2의 렉라자'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와 조직 안정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 대표가 렉라자 성과에 이어 R&D 역량 강화를 거듭 강조해 온 만큼, 신약 개발 전문가인 김 사장에게 힘이 실리지 않겠냐"라면서도 "오랜 내부 승계 전통과 종합적인 관리 역량도 함께 고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독대표 선임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동대표 체제도 변수로 거론된다. R&D 전문성을 지닌 김 사장이 글로벌 신약개발과 R&D 전략을 이끌고, 40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은 '유한맨' 이병만 부사장이 경영관리와 내부 조직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 방식이다. 유한양행은 과거 2009~2012년 각각 영업과 생산 분야 전문가인 김윤섭·최상후 공동대표 체제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
유한양행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주주총회 약 6개월 전 최종 후보를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 대표의 임기를 5개월여 앞둔 현재까지 공식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전후로 열릴 이사회에서 인선 방향이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사회는 3분기 실적 등을 다루는 정례 자리지만 조 대표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만큼 차기 대표 인선과 승계 방향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표의 핵심 과제로는 후속 성장동력 확보가 꼽힌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R&D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이어가야 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662억원,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기록했다. 렉라자 관련 마일스톤 수익 3000만달러(약 449억원)가 반영된 수치다. 이에 일회성 기술료에 대한 의존료를 낮추고 후속 신약을 발굴하는 것도 과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대표 선임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달 예정된 이사회는 3분기 실적 공시를 위한 정기 인사회로, 차기 대표가 논의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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