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고령이거나 맹지여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도 처분 대상이 되는 건가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경남 함양군청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마을이장단 현장간담회에서 농지 처분을 우려하는 농민들에게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농업진흥지역 내 불법 전용 등 네 가지 유형만 처분 대상"이라며 "고령이거나 맹지여서 농사를 짓지 못하고 묵혀둔 땅은 처분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주민 불안과 농지 매각·임대차 과정의 애로사항이 잇따라 제기됐다. 송 장관은 농지 처분 기준을 설명하고 농지은행 매입 대기 물량 해소와 임대차 제도 개선 등 현장 건의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밝혔다.
하문규 백전면 이장협의회장은 "이행강제금을 25%씩 4년간 부과하면 어떻게 되는지,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이 없어 팔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송 장관은 "네 가지 유형 외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행강제금도 부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령농의 농지 매각 어려움과 임대차 절차 개선도 주요 건의 사항으로 나왔다. 박정영 병곡면 이장협의회장은 "마을에 75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데 농지은행에 땅을 팔려고 내놔도 대기 물량이 쌓여 처리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충희 유림면 이장협의회장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임대차 제한을 지적하며 실제 경작자가 농사를 짓고도 계약 문제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농지은행 예산을 추가 확보해 매입 대기 물량을 해소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매입 대상과 우선순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제도와 관련해서는 실제 농사를 짓고도 계약을 맺지 않아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그림자 농부'의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그는 "실경작자가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농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농지 조사에 앞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는 지적에 대해 송 장관은 "그동안 농지조사의 취지에 비해 조사 이후 농지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농업인들이 실제로 걱정하시는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의 조치 방향을 더 세심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이라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설명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농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해 일반적인 농지법 위반 사항을 적법하게 정리할 기회를 마련하고, 내년에는 임대차와 휴경 기준 등을 포함한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2일부터 농지 조사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투기 유형과 중대한 불법 전용 해당 여부, 정부 정책 관련 정보, 고령농 등 영농이 어려운 농업인을 위한 농지은행 사업 연계 지원 등을 안내한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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