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보안 투자 여력 큰 핀테크 '주목'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저축은행업권에서도 대출모집법인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외부 접속이 가능한 업무시스템이 해킹 통로로 지목되면서 외부 영업 채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데다, 대출 비교·추천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존 대출모집법인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어서다. 보안 투자 여력과 영업 효율성을 고려하면 금융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지만, 중개 채널이 특정 플랫폼에 집중될 경우 금융사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금융권 정보유출, 외부 접속 경로가 공격 통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회사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커들은 직원 업무지원시스템과 영업지원시스템,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 등 외부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잇달아 공격했다. 고객용 인터넷뱅킹과 별도로 운영되는 업무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외부 접속 경로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금융권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주택대출 모집인 관련 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웰컴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에서도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두 저축은행에 현장점검을 나가 사고 원인과 정보 유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유출 규모는 약 5만건, 웰컴저축은행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 약 2300건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업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예가람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의 공동전산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피해가 다른 저축은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의 점검 요청에 따라 저축은행 79곳이 전산시스템과 외부 접속 서비스 등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중앙회 공동전산망을 포함한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 유출 의심 사례도 추가로 드러났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2일 대출 신청 웹페이지에서 비인가자의 접근을 확인하고 정보조회시스템을 차단했다. 이후 금융당국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으며, 현재까지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고객은 183명으로 파악됐다. 실제 정보 유출 여부와 구체적인 피해 범위는 조사 중이다.
DB저축은행은 해킹 시도 정황을 포착했다. DB저축은행은 지난 1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해킹 시도가 발생했지만 보안시스템으로 차단했으며, 일반 고객 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해킹 시도에 이용된 일부 관련인에게도 해당 사실을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자체 전산망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외부 접속이 가능한 별도 업무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라는 설명이 나온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외부 시스템을 통해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법인명, 대표자 이름, 업무 연락처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가람저축은행에서도 별도로 운영하는 고객정보 사이트와 서버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했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업무시스템이 공격 통로가 된 셈이다.
은행권에서도 대출모집인용 간편 조회 서비스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 영업지원시스템 등이 공격 대상이 됐다. 일부 시스템에서는 본인 확인과 접근 권한 통제 기능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객 접점뿐 아니라 업무용 시스템 전반의 보안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부 영업 채널 거리두기…플랫폼 의존 커지나
저축은행업권에서는 대출모집법인 등 외부 영업 채널을 둘러싼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외부 접속 시스템을 통한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외부 업체와의 접점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대출 비교·추천 플랫폼의 성장으로 기존 대출모집법인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보안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모집인 수는 2020년 말 3970명에서 2021년 말 2960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2022년 1분기 2890명, 2분기 2840명, 3분기 2510명, 4분기 2210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대출 비교·추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대출 모집 채널이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플랫폼이 제휴 금융사를 늘리는 사이 기존 모집 채널의 경쟁력은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만큼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보안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핀테크 플랫폼으로 쏠리는 현상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라며 "무엇보다 대출모집법인 시장이 축소되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 플랫폼을 통한 대출 중개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대 금융 플랫폼(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뱅크·핀다)의 대출 중개액은 21조7929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26조8219억원에서 2024년 39조157억원으로 증가했다.
플랫폼 업체들의 정보보호 투자도 늘고 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은 192억5000만원으로, 4년 전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정보보호 부문에 261억3435만원을 투자했다. 전체 정보기술(IT) 투자액 2112억5175만원의 12.4% 수준이다. 네이버도 지난해 정보보호 부문에 660억3414만원을 투입했으며, 전담 인력은 154명으로 늘렸다.
다만 대출 중개가 플랫폼에 집중될수록 금융사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면 영업 채널이 위축된 상황에서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금융회사가 대체 경로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보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외부 영업이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며 "차라리 자구책으로 자체 영업력을 높이는 방향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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