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상승폭 둔화가 주거 안정 아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말을 기점으로 서울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상승률 둔화를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남권 집값이 주춤하더라도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고 전월세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지적하는 질의에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다른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 폭도 줄어드는 상태"라며 "연말까지 가면 어느 정도 주택가격이 안정화되고 상승률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87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기간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전체 상승률은 최근 강남3구와 용산 등 일부 지역이 하락하며 상승폭을 줄였으나, 외곽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첫째 주(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0.03%포인트 커지면서 5주 연속 이어졌던 상승폭 둔화 흐름도 6주 만에 멈췄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일부 지역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올라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수원 영통구(0.62%), 성남 분당구(0.56%), 안양 동안구(0.41%) 등에서 가격 상승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전세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했으며 올해 누적 상승률은 8.35%로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8.31%)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홍 장관의 전망처럼 서울 집값 상승률 자체가 낮아질 가능성에는 동의했다. 다만 이를 주거 안정으로 평가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승폭이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전세는 없고 월세는 올라가는데 강북 집값까지 오르면 수요자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집값 상승폭만 둔화된다고 해서 좋아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서민 주거 안정 측면에서는 오히려 훨씬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집값 흐름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권은 세금 부담 등에 따른 급매물 출회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강북권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상승폭이 줄어들더라도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그는 "수급 균형이 맞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라며 강남권의 가격 조정이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남권의 현재 조정은 세금 부담에 따른 일시적인 매물 출회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김 소장은 "강남 집값 하락은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과 규제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며 "일부 매도인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차익을 실현을 하느라 일시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걸 시장 안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 IAU 교수)은 강남권과 서울 외곽의 엇갈린 집값 흐름에 주목했다. 심 전문위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률이 낮아져 안정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강남이나 용산이 조정을 받고 나머지 지역이 오르는 상황을 과연 안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가격 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는 서울보다 상승률이 더 높은 곳도 있다"며 "정부의 목표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면 지금 상황을 주택시장 안정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전문위원은 정부가 강남 등 일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가격 흐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봤다. 강남권의 가격 조정과 달리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주택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의 10억원 이하 주택은 젊은 사람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불안한 상황"이라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해야지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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