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밀린 카드사 간편결제…'각자도생' 플랫폼 승부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6.10.02 00:00 / 수정: 2026.10.02 00:00
상반기 모바일 결제 10.6%↑…핀테크 간편지급 비중 72%
결제 접점 빅테크로 이동…카드사 고객 확보 전략 '진땀'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핀테크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생태계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네이버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핀테크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생태계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네이버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플랫폼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지만, 핀테크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생태계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플랫폼 강화와 제휴 해제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이미 소비자의 결제 습관이 빅테크사로 이동한 만큼 '울며 겨자먹기 동맹'이 길어질 전망이다.

◆ 빅테크로 넘어간 결제 접점…카드사 자체 경쟁력 고심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급카드 이용규모는 일평균 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그중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결제액은 1조7890억원으로 연간 10.6% 증가했다. 실물카드를 직접 사용한 일평균 결제액이 연간 2.5% 증가하는 데 그친것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실물카드를 제외한 결제 영역에서 간편지급의 비중은 52.6%를 차지했다. 그중 핀테크 업체의 비중은 72.0%로 카드사(28.0%)를 크게 웃돌았다. 실물카드를 직접 꺼내서 이용하기 보단 빅테크사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등록해 이용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빅테크사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굳어지면서 카드업계의 고심하는 분위기다. 자체앱에 결제 기능을 강화하고 할인·적립 행사까지 내놓으며 월간 서비스 사용자 수(MAU)를 늘리고 있지만, 결제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일각에서는 핀테크사와의 제휴를 줄이고 자체 플랫폼에 힘을 싣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간편결제 이용객을 자사 앱으로 유인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현실 가능성은 떨어진다. 제휴 중단의 경우 카드 결제액 감소까지 각오해야하는 만큼 선뜻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신용카드 상품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이용 시 추가 할인이나 적립을 제공한다. 단순 결제협업을 넘어 부가 혜택까지 제공한다. 페이 플랫폼이 익숙한 소비자를 자사 카드 고객으로 유인하는 것이 시장 점유율 등 단기적인 실적에는 긍정적이란 의견이다.

문제는 결제 관행이 실물카드에서 모바일로 이동할수록 카드사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카드사는 결제수단을 제공하고 빅테크사는 결제와 이용 경험을 주도하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 플랫폼 대응 늦은 카드사…'오픈페이' 연합도 실패

금융권에서는 카드사들이 빅테크사와 어깨를 나란히 놓고 경쟁할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이 간편결제 기능을 앞세워 이용자와 가맹점을 확대하는 동안 카드사업계는 관련 대응에서 뒤쳐졌다는 진단이다.

과거 카드업계는 오픈페이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선 바 있다. 오픈페이는 하나의 앱에서 여러 카드사의 상품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공동 결제 서비스다. 빅테크 중심으로 운영되는 간편결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카드사간 연합'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그러나 카드사를 중심으로 오픈페이는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표준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출시 일정이 여러 차례 늦춰진 데다 당초 카드사 6곳이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막상 2022년 12월 서비스이 착수한 곳은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3곳에 그쳤다.

이후 롯데카드와 비씨카드가 순차적으로 합류했지만, 삼성·현대·우리카드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카드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 플랫폼 구축이란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결국 카드업계의 선택은 각자도생으로 기울었다. 금융 관련 콘텐츠와 쇼핑, 자산관리, 보험 등을 아우르는 '슈퍼앱'을 지향하는 배경도 이같은 경쟁의 일환이다. 빅테크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간편결제 관행을 단기간에 바꾸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 통합 플랫폼인 '신한 슈퍼SOL'을 중심으로 종합 금융서비스에 동참했다. 앱에서 저축, 대출업무는 물론 음식배달 기능을 담아 추가 할인까지 제공한다. 생활 서비스를 마련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삼성카드는 삼성금융 계열사 통합 플랫폼 모니모를 서비스를 연계한다. 지난 8월에는 '모니모페이카드'를 출시했다. 모니모페이에 해당 상품을 등록하고 간편 결제를 이용하면 10% 할인을 제공한다. 이어 KB국민카드는 KB페이 내 쇼핑과 여행 등 생활 서비스를 담아 플랫폼 기능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사로 쏠린 결제 접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제휴 등 업무협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은 별개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가 결제시장에 막 진입했을 당시만 해도 신용카드업계는 실물카드를 사용하는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봤을 것"이라며 "간편결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비용과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피하기 어려운 경쟁인 만큼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