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오늘부터 청라가 본점…하나금융 새 100년 '청라 시대' 가보니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9.30 15:52 / 수정: 2026.09.30 15:52
금융권 첫 5G 업무망·층마다 열린 공간…통합데이터센터까지 집결
직원 출퇴근·생활 인프라는 과제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인천광역시로 변경했으며 해당 변경의 효력이 30일부터 발생한다. 하나금융그룹의 새 그룹 헤드쿼터(HQ). /청라=이선영 기자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인천광역시로 변경했으며 해당 변경의 효력이 30일부터 발생한다. 하나금융그룹의 새 그룹 헤드쿼터(HQ). /청라=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청라=이선영 기자] 30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자 유리 외벽으로 둘러싸인 하나금융그룹의 새 그룹 헤드쿼터(HQ)가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금융회사 본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듯한 직육면체 대신 건물을 감싸며 위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눈에 띄었다. 1층에서 시작된 길은 건물 외벽을 따라 15층 옥상까지 이어진다. 길이만 약 1.1㎞다. 하나금융이 새 사옥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인 '연결'을 건물 자체에 구현했다.

이날은 하나금융에 상징성이 큰 날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인천광역시로 변경했으며 해당 변경의 효력이 이날부터 발생한다. 지난 14일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이 청라 HQ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 데 이어 법적 본점 소재지까지 인천으로 옮겨지면서 본격적인 '청라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건물 안에서도 '경계를 허문다'는 설계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인 청라 HQ의 업무 층별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의 약 3배다. 넓은 한 층에 여러 조직을 배치하고, 3~7층과 10~14층에는 내부계단을 만들어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도 층 사이를 오가며 마주치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 공간 역시 명동사옥보다 약 3배 확대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새 그룹 헤드쿼터(HQ) 내부.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인 청라 HQ의 업무 층별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의 약 3배다. /청라=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새 그룹 헤드쿼터(HQ) 내부.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인 청라 HQ의 업무 층별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기존 명동사옥의 약 3배다. /청라=이선영 기자

건물 한가운데를 비워 놓은 구조도 눈길을 끈다. 8층에는 가로 18m, 세로 25m 규모의 천창이 자리 잡고 있어 자연광이 아래층까지 내려간다. 기존의 닫힌 은행 본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5층까지 올라가면 청라 시가지와 인근 골프장, 서해 방향까지 시야가 열리고 건물 바깥을 감싼 보행로와 옥상정원은 향후 외부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하는 방식도 바뀐다. 책상마다 유선망과 전화기를 고정해 놓는 기존 금융회사 사무실과 달리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구조다. 하나금융은 청라 HQ에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을 실제 업무망에 적용했다. 클라우드 PC(VDI), 메신저와 소프트폰을 활용해 특정 좌석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앱과 웹으로 자리와 회의실, 복지시설을 예약할 수 있다. 최근 구축된 5G 업무망은 지하 1층부터 지상 15층까지 16개 층에서 약 300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업무 공간 사이에는 직원들의 '머무는 시간'을 겨냥한 시설도 배치했다. 8~9층에는 직원식당이 들어섰고, 약 200평 규모 피트니스센터와 스포츠 마사지룸 4개, 리클라이너 8개, 캡슐룸 60개, 보건실 등을 마련했다. 직원 대상 선호도 조사를 공간 설계에 반영했다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책상마다 유선망과 전화기를 고정해 놓는 기존 금융회사 사무실과 달리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구조다. /청라=이선영 기자
책상마다 유선망과 전화기를 고정해 놓는 기존 금융회사 사무실과 달리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구조다. /청라=이선영 기자

청라 HQ에서 차량으로 3분 거리인 통합데이터센터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열린 공간을 강조한 HQ와 달리 이곳은 하나금융의 은행·증권·카드 등 금융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지키는 통제시설이다. 2017년 만들어진 데이터센터는 지하 1층~지상 16층, 연면적 약 6만6000㎡, 전력 2만㎾ 규모로 웰컴센터와 코어센터, 비전센터로 나뉜다. 전력과 소방·기계 설비를 24시간 365일 관리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이중화했으며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비상발전 설비도 갖췄다.

현장에서는 한쪽 전력 공급이 끊어질 경우 약 0.07초 만에 다른 선로로 전환되고 두 전력원이 모두 끊기는 상황에 대비해 배터리와 비상발전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하루 이곳을 오가는 금융 거래액이 5조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사람 간 접촉을 의도적으로 늘린 HQ를 한 지역에 나란히 배치해 청라를 단순 본사 이전지가 아니라 금융·IT 거점으로 설계했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에서 바라본 통합데이터센터. /청라=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에서 바라본 통합데이터센터. /청라=이선영 기자

하나금융은 앞으로 청라 집적도를 더 높인다. 지난 14일 지주와 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이 업무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21일 하나에프앤아이 전 직원이 이전했다. 10월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11월부터는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총 10개 관계사에서 약 2200명이 청라 HQ로 옮기며 기존 통합데이터센터 등에서 일하는 인력을 합치면 청라에 근무하는 하나금융 인력은 약 4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청라 시대'의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으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상당수 직원의 통근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은 수도권 각지에서 40여대의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이전을 앞둔 일부 직원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카드 노동조합은 전날 청라 이전과 관련해 "이전 자체가 아니라 준비와 대책 없는 이전에 반대한다"며 교통과 생활 인프라 개선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일부 관계사 이전 이후 셔틀버스 지연과 청라IC 일대 교통 혼잡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 헤드쿼터는 단순히 새로운 건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서로 다른 관계사와 부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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