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무관세 대상 제외…삼성·롯데바이오 대미 수주 경쟁력↑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정부가 특허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본격화한 가운데,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주요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무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해 ADC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특허 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특허 의약품에는 100% 관세가 부과되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무역합의를 맺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등에는 별도 세율이 적용된다. 한국산 특허 의약품의 경우 15% 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공고한 세부 지침에 따르면, 한국 등 19개 적격 관할권에서 생산된 특정 특수 의약품에는 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주요 품목에는 ADC를 비롯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혈장유래 치료제, 핵의학 의약품, 난임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ADC 및 CDMO 산업이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정밀하게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과 함께 위탁생산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 기반 신규 모달리티 가운데 ADC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치료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고도의 제조 기술을 갖춘 CDMO와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CDMO 기업들은 이미 ADC 생산 역량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전용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상업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 최대 500ℓ 규모의 ADC 전용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임상 및 상업용 ADC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했다. 이 시설은 100~1000ℓ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항체 생산부터 접합 공정까지 원스톱 ADC CDM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관세 적용으로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주 경쟁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ADC CDMO 시장의 강자인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무관세 적용 대상인 적격 관할국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시XDC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왔으나,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기술력과 품질이 대등할 경우 관세 부담이 없는 한국 업체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주 물량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우시XDC의 2025년 매출은 59억4400만위안으로 전년보다 46.7%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24%를 웃돌았다. 수주 잔고도 14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0.3% 늘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무관세만으로 글로벌 ADC CDMO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며 "중국 업체 역시 싱가포르 등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어 관세 차이가 실제 수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각 업체의 생산능력과 기술력, 고객사와의 계약 조건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DC 외에도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장유래 치료제 '알리글로' 등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수출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또한 개발 단계에서 미국으로 반입되는 임상시험용 의약품과 원료 역시 0% 세율이 적용되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을 덜었다.
아울러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도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은 당장의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돼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정부가 향후 복제약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어 정책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무관세 조치가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미 수주 경쟁력과 글로벌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 재편 정책에 따라 향후 관세 정책이나 예외 기준이 변경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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