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빚투' 조이는데…카카오페이證 신용공여 170% 폭증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9.29 14:00 / 수정: 2026.09.29 14:00
한투 73%·NH 44%·키움 42%…주요 대형사보다 증가세 가팔라
업계 신용공여 한도 100%→90%…미성년자 미수거래도 차단 추진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신용융자·미수거래 등 빚투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의 신용공여 규모가 1년 새 16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신호철(오른쪽)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페이증권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신용융자·미수거래 등 '빚투'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의 신용공여 규모가 1년 새 16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신호철(오른쪽)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페이증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와 증권업계가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억제를 위해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의 신용공여 규모가 1년 새 17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형 증권사를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인 데다 최근 신용융자 이용자에게 담보비율을 잘못 안내해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사고까지 불거지면서, 신용거래 확대 속도에 비해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카카오페이證 신용공여 1017억→2730억원…전년比 168.5%↑

29일 <더팩트>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올해 2분기 말 신용공여금은 2729억607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16억5651만원보다 168.5% 증가했다. 1년 만에 약 2.7배로 불어난 셈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신용공여 증가 속도는 주요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의 신용공여금은 전년 동기 대비 73.2% 증가했고 NH투자증권은 44.3%, 키움증권은 41.8%, KB증권은 38.7%, 미래에셋증권은 8.7% 늘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168.5% 증가율은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한국투자증권과 비교해도 2배를 웃돈다. 절대적인 신용공여 규모는 대형 증권사보다 작지만 증가 속도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공여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배경에는 국내 증시 호황과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빚투' 수요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신용공여는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등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대출성 자산으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익원이기도 하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올해 2분기 신용공여금 가운데 신용거래융자금은 1730억2954만원으로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증권담보대출금은 999억2492만원이었다. 신용공여의 상당 부분을 실제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가 차지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상승장에서는 자기자금만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올해 증시 상승과 맞물려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도 빠르게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6월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증시 조정 과정에서 감소했지만 최근에도 30조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성인 투자자에 대한 관리 강화를 넘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미수거래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그동안 증권사 자율에 맡겼던 미성년자 미수거래 제한을 한국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 규정 등에 명문화해 고위험 투자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다.

증권사들도 제도 정비에 앞서 미성년자 미수거래를 잇달아 차단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7월 25일 신규 신청을 중단한 데 이어 8월 말부터 기존 미성년자 계좌의 미수거래도 제한했다. 삼성증권 역시 이달부터 미성년자 미수거래를 막았으며 신한투자증권도 전면 제한을 예고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자체에 대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개사는 신용융자를 포함한 신용공여 취급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90% 이내로 낮추는 자율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정 종목으로 신용융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도 관리한다. 한 종목의 신용융자 비중이 각 증권사 신용융자 총액의 15%를 초과하면 자체 관리 방안을 마련해 해당 비중을 축소한다.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률도 기존보다 5%포인트 높은 50%로 올리는 방안을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이처럼 신용융자 문턱을 높이는 것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 손실과 반대매매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들도 최근 회의를 통해 선제적인 신용융자 리스크 관리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신용융자·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신용융자·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 금감원 "과도한 신용·미수 유도" 경고…카카오페이證 반대매매 오안내 사고도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사의 영업 관행에 직접 경고를 보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과 중형 증권사 11곳 등 21개 증권사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의 투자자 보호로는 국민들의 달라진 눈높이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은 과도한 신용·미수거래 유도와 수수료·비용 전가 등 증권사의 수익을 우선하는 영업 관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도 '빚투' 관리 강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28일 한국거래소와 공동 개최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지난 6~7월 반도체 업종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변 국장은 "주식 시장의 잠재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레버리지 투자 상품과 신용융자, 미수 거래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시장은 레버리지의 힘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의 자기 자금에 기반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최근 신용융자 투자자에게 담보비율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8일 신용융자로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급락한 투자자 A씨가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담보비율을 문의하자, 상담원이 실제 유지담보비율인 140%가 아닌 120% 이상으로 맞추면 된다는 취지로 잘못 안내한 것이다.

A씨는 해당 안내를 믿고 상담 직후 계좌에 7600만원을 추가 입금했지만 이튿날 보유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SK하이닉스·네이버·금호건설·대우건설·주성엔지니어링 등 5개 종목에서 약 15억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상담 과정에서 담보비율을 잘못 안내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주장하는 5개 종목 가운데 오안내로 인해 반대매매가 발생한 종목은 1개이며, 나머지 4개 종목은 오안내 이전에 이미 반대매매가 진행된 별건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신용융자 관련 투자자 보호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미성년자 미수거래 제한, 신용공여 한도 및 보증금률 조정 등 ‘빚투’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어 카카오페이증권의 가파른 신용공여 증가세가 더욱 주목된다. 다만 신용공여금에는 신용거래융자뿐 아니라 증권담보대출 등도 포함되는 만큼 전체 신용공여 규모를 곧바로 '빚투' 규모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증권사는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은 만큼 신용거래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며 "특히 최근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담보비율이나 반대매매와 관련한 정확한 안내 등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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