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12명의 연말 인사 절차에 돌입했다. 진옥동 회장 2기 체제의 첫 대규모 계열사 인사로, 그룹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을 거둔 가운데 CEO별 재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자회사 CEO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경영성과뿐 아니라 후보 검증과 추천 절차도 이번 인사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지난 21일 회의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대표의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박창훈 신한카드·이선훈 신한투자증권·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자산신탁,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 신한벤처투자,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대상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정상혁 행장이다. 1964년생인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해 2024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말 다시 연임하면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 은행장이 된다.
정 행장의 재신임을 뒷받침할 지표는 실적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2조458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순이익 2조2254억원을 웃돌며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앞섰다.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도 3조4427억원으로 13.3% 늘었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이선훈 대표가 이끄는 신한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5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1% 급증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수탁수수료 확대 등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전필환 대표의 신한캐피탈도 순이익 947억원으로 48.1%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경영성과와 향후 사업 전략이 재신임 판단의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창훈 대표의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 25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이익은 증가했지만 증권·캐피탈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 다만 업종별 영업환경이 다른 만큼 순이익 증가율만으로 경영성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신한카드는 수익성 개선과 함께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다른 계열사들도 각자의 경영성과를 평가받는다. 이희수 행장이 이끄는 제주은행은 상반기 순이익 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신한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 신한DS는 그룹의 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 지원, 신한벤처투자는 투자 성과가 주요 평가 요소다. 신한EZ손해보험은 수익성 개선 여부가 관심사다.
신한자산신탁과 신한리츠운용은 통합 추진에 따라 인사 방향의 윤곽이 먼저 드러났다. 자경위는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두 회사의 통합법인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임현우 신한리츠운용 사장을 추천했다. 다만 최종 선임 절차는 남아 있다.

이번 인사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8개 은행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자회사 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CEO 선임 절차는 특정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EO 자격요건과 평가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 등 핵심 절차가 미흡한 지주사는 선임 절차 개시 전에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충분한 후보군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 과정에 임추위원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 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회사별 CEO 자격요건과 세부 평가기준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기존 지주 자경위 중심의 승계 구조에 은행 이사회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으로, 새 제도가 실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도 관심사다.
진 회장은 2024년 말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13개 자회사 가운데 9곳의 CEO를 교체한 바 있다. 당시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첫 임기를 마치는 이번에는 경영 연속성과 인적 쇄신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상혁 행장의 3연임 여부가 이번 신한금융 인사의 가장 큰 관심사이나 비은행 계열사 역시 실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며 "진옥동 회장 2기 첫 인사인 만큼 어떤 기준으로 경영진을 재신임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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