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실질임금 0.4% 감소…양극화 심화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보다 3.1%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을 소폭 상회하는 수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도체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착시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통신업의 성과급이 전체 임금 상승세를 독식하면서,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등 'K자형 임금 양극화'가 한층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규모 및 업종별 임금 인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은 4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3만1000원) 증가했다.
전체 평균 임금을 끌어올린 일등 공신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이었다. 기본급 등 정액급여 인상률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2.2%로 둔화한 반면, 성과급 및 고정상여금 등 특별급여 인상률은 8.1%에서 9.3%로 높아졌다. 상반기 월평균 특별급여는 60만 1000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이 포함된 '전자·통신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943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급증했다. 이 가운데 특별급여 인상률은 무려 66.0%에 달했다. 전자·통신업 종사자는 전체 상용근로자의 2.5%(약 37만7000명)에 불과하지만, 이들 업종의 특별급여 증가분이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인상액(13만10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4%(4만2000원)에 달했다.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전체 통계 착시를 일으킨 셈이다.
반도체 착시를 제외하면 대다수 근로자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팍팍해졌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418만7000원으로 2.2% 오르는 데 그쳐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밑돌았다.
기업 규모별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반기 월평균 임금총액은 649만7000원으로 4.8% 증가했으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381만8000원으로 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약 0.4% 줄어들며 사실상 소득이 감소했다.
이러한 격차는 성과급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182만4000원으로 14.7% 늘어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는 32만 원으로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상우 경총 이사는 "올해 상반기는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전자·통신업의 특별급여 인상이 전체 임금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고성과 기업 보상을 기준으로 자사의 지불 여력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임금 지급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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