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프레임 만들려 기부금까지 포함?…노소영 측 묵묵부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에게 1000억원 이상을 썼다'고 발언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변호사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가운데, 당시 노 관장 측이 어떠한 근거로 '1000억원 지출'을 주장했는지 그 내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노 관장 측 이 모 변호사의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항고했다. 최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최 회장이 김 이사와 함께 생활비로 사용한 금액은 주장 시점 기준 약 20억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 입장 표명 이후 이 변호사가 어떠한 계산법으로 1000억원을 언급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앞서 이 변호사는 지난 2023년 11월 이혼·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취재진을 향해 "김 이사에게 2015년 이후부터 건너간 금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 금액이 너무 커 변호사 입장에서 매우 놀랍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 회장 측에 따르면 '1000억원'은 최 회장 명의 계좌에서 나간 지출을 모두 합산한 금액으로, 최 회장 단독 명의의 자택, 미술품 등 김 이사와 무관한 지출 내역이 포함됐다. 사실상 '1000억원이나 퍼줬다'는 식의 사적 증여 프레임을 만들어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변호사가 주장한 '1000억원'에는 티앤씨재단에 이체한 133억원 등 여러 재단 출연금이나 긴급 구호 지원금, 장학금 등 기부 용도로 쓰인 금액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티앤씨재단 결산 공시를 분석한 결과, 재단은 지난 2018년 설립 이후 2025년까지 기부금 약 183억원 중 기본재산으로 정기예금에 편입한 10억원 등을 제외하고 약 161억원(88%)을 공익사업에 사용했다. 운영 경비 등을 포함하면 지출액은 약 188억원 수준이다. 기부금보다 지출이 더 많았던 것으로, 김 이사는 돈을 받지 않고 근무했다.

재단 출연금은 개인의 사적 자산으로 전환되거나 유용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자금의 종착지가 개인이 아닌 수많은 장학생과 공익 수혜자였다는 점에서 이 변호사가 발언한 '1000억원'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자금 용처, 수혜자 등이 명확한 경우, 이를 개인에 대한 사적 증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어린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티앤씨재단 등 다양한 후원처에 기부된 해당 재원은 긴급 구호와 장학·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에 사용됐다"며 "공익 목적의 출연금과 기부금까지 특정 개인에 대한 증여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억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이러한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공익사업에 쓰인 돈임을 실제로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공격의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1000억원'에 포함했다면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 변호사는 법조인이고, 발언 당시 양측은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중차대한 재산분할 재판을 치르고 있었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금융 거래 내역 조사로 확인돼 재산분할 재판부에 상세히 소명됐고, 노 관장과 이 변호사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며 "이 변호사는 재산분할 소송의 대리인으로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실제의 50배가 넘게 수치를 부풀려 방송에 반복 출연,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 측은 기부금 등 '1000억원'에 포함된 지출 내역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 회장 측 주장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후에도 묵묵부답이다. <더팩트> 취재진도 이 변호사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을 통해서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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