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가계대출 둔화에도 주담대 4.3조↑…실수요 수요 여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두 배로 높여 실수요자 대출 공급에 숨통을 틔웠지만 은행권의 대출 빗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9월 들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일단 감소했지만 은행별 추가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관련 자금 수요도 여전해서다. 일부 은행이 대출 접수를 재개하자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오픈런'까지 나타나면서 연말까지 제한적인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81조7932억원으로 8월 말 782조1192억원보다 326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621조2730억원에서 620조6838억원으로 5893억원 줄었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총량관리 여유가 그만큼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금융대책을 통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이후 5대 은행이 금융당국과 협의한 정책성 대출 제외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기존 약 4조3400억원에서 약 7조11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5대 은행 기준으로 약 2조7800억원의 추가 공급 여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51조879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조9096억원 늘었다. 당시 기준으로 새 목표까지 남은 여력은 단순 계산하면 약 2000억원에 불과했다.
◆ 전체 대출 줄었지만…주담대 수요는 여전히 부담
은행들이 대출 제한을 한꺼번에 풀지 못하는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늘어 7월 6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반면 주담대 증가액은 같은 기간 3조6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 역시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것은 기타대출 영향이 컸다. 기타대출은 7월 2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8월에는 1조7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주택 관련 대출 수요 자체가 크게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당국은 앞선 주택거래 증가와 7~8월 입주물량 확대에 따른 잔금대출 실행 등이 8월 주담대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8·13 대책 이후에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과 청년 주거 등 실수요 자금은 차질 없이 공급하되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는 계속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늘어난 총량을 일반 주담대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추가 여력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집단대출이나 청년·실수요자 자금에 우선 배분해야 하는 데다 이미 집행한 가계대출 규모도 은행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총량 목표가 확대된 이후 일부 은행은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11월 실행 예정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다.
농협은행도 변동형 주담대와 타행 대환 목적 대면 주담대 취급을 다시 시작하고 비수도권 주담대 만기와 모기지신용보증(MCG) 제한을 원상복구했다. 지난 4일부터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9~11월 신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도 재개했다. 다만 모집인별 한도를 두는 등 총량관리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을 열자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이달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를 재개했지만 이틀 만에 한 달치 한도가 모두 소진돼 다시 접수를 중단했다. 모집인 채널은 다음 달 1일 다시 열 예정이며 영업점을 통한 신규 대출은 계속 가능하다.
주요 은행의 자체 규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부터 전국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제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월 취급한도를 10억원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MCI·MCG 등 보증 연계 제한도 이어지고 있다.

◆ 대출 문 좁은데 금리 부담도 여전
대출을 받을 수 있더라도 차주의 금리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5일 공시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3.18%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4개월 연속 상승세는 일단 멈췄다.
다만 15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5~6.46%로 두 달 전 연 4.02~6.37%보다 하단이 0.23%포인트, 상단이 0.09%포인트 높아졌다.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연 4.89~7.29% 수준이다.
최근 주요 은행이 예금금리를 다시 올린 데다 시장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금리 부담이 빠르게 낮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지난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을 언급하며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13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가 완화됐지만 일반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이 곧바로 낮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제한된 추가 여력을 집단대출과 청년·실수요자 자금에 우선 배분하면서 연간 총량 목표도 맞춰야 한다. 9월 들어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가을 이사철 주택자금 수요가 다시 확대될 경우 연말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와 접수를 다시 조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확대되면서 공급 여력이 일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연간 증가 규모를 계속 관리해야 하고 추가 여력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기존 대출 제한을 한꺼번에 완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추가 완화 여부는 은행별 남은 총량과 가계대출 증가 추이, 실수요 자금 수요 등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도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와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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