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요예측·일반청약 잇따라…AI·로봇·반도체 출격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올해 들어 움츠러들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9월을 기점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까지 신규 상장 기업과 공모 규모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부진이 이어졌지만 이달 들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일정이 몰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무신사를 비롯한 조(兆) 단위 대어들도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 하반기 IPO 시장의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IPO 시장에서는 멜콘과 진코스텍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와이즈플래닛컴퍼니와 빅웨이브로보틱스, 덕산넵코어스, 글로벌테크놀로지, 브릴스 등 5개 기업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올해 IPO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들어 늘어난 공모 일정은 분위기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은 27곳으로 2021~2025년 같은 기간 평균인 약 49곳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8월까지 누적 상장 기업은 2021년 56곳, 2022년 43곳, 2023년 48곳, 2024년 45곳, 지난해 53곳으로 올해가 최근 5년 중 가장 적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기업이 케이뱅크 한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26곳은 모두 코스닥에 상장했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도 크게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IPO 공모금액은 1조7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791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규모가 동시에 쪼그라든 셈이다.
특히 지난달 IPO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8월 신규 상장 기업은 6곳에 그쳤으며 전체 공모금액도 2106억원에 머물렀다. 시장을 주도할 대형 공모주가 부재한 가운데 수요예측 경쟁률과 상장 이후 수익률도 부진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 9월 들어 달라진 분위기…이번 주 5곳 청약
바닥을 찍었던 IPO 시장은 9월 들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이번 주에만 5개 기업이 일반청약을 진행하고 2개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에 나서는 등 공모 일정이 이어진다.
반도체 포토공정 장비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공급하는 멜콘은 오는 16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1만700~1만2300원이며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진코스텍도 같은 날부터 기관투자자를 만난다. 현재 코넥스 상장사인 진코스텍은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희망 공모가격은 1만9500~2만3500원이다.
일반청약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 와이즈플래닛컴퍼니는 14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1만2000원으로 확정됐다.
로봇 플랫폼 기업 빅웨이브로보틱스는 15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받고 첨단 무기체계용 항법·항재밍 솔루션 기업 덕산넵코어스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 글로벌테크놀로지는 16일부터 일반투자자 청약에 나선다. 산업용 로봇 솔루션 기업 브릴스도 17일부터 청약 일정을 소화한다.
이달 공모시장에서는 AI와 로봇, 반도체 등 최근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성장산업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AI 음성·콘텐츠 생성 기술을 보유한 네오사피엔스가 공모 절차를 밟고 있으며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래블업도 이달 말부터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 다음 달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코딩 교육 플랫폼 기업 엘리스그룹도 공모시장에 출격한다.

◆ 중소형주 이어 '대어'도 움직인다…무신사 최대 10조 몸값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공모 일정이 살아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조 단위 대어들의 등판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대형 IPO가 본격화할 경우 침체됐던 공모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기업이 무신사다.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상장 작업을 공식화한 지 약 1년 만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으며 KB증권과 JP모간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상장 예정 주식은 총 2억2782만9016주로 이 가운데 266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무신사가 인정받을 기업가치에 쏠린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는 7조~9조원 수준이 거론됐으며 시장에서는 최대 10조원 안팎의 몸값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적 외형도 커지고 있다. 무신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8217억원으로 역대 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11.2% 감소한 523억원에 머물렀다.
무신사 뒤를 이을 대어급 후보들도 대기 중이다. 클라우드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와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등이 올해 말이나 내년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선 AI 서비스 플랫폼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도 내년 이후 상장을 목표로 최근 주요 증권사에 RFP를 발송했다. 뤼튼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로 누적 투자액이 약 2300억원까지 늘었으며, 지난해 매출도 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이 한 곳에 불과했던 만큼 대어급 기업의 귀환은 IPO 시장의 체질을 바꿀 변수로 꼽힌다. 이들의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코스닥 중소형 기업에 집중됐던 공모시장의 자금이 대형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공모 일정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IPO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 기업이 한꺼번에 늘어날 경우 투자자 자금이 분산될 수 있고 기업들이 제시하는 몸값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무신사를 비롯한 대어급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에 걸맞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향후 IPO 시장의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공모주의 수요예측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 역시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가늠할 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규모가 모두 크게 줄면서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9월 들어 수요예측과 청약 일정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무신사를 비롯한 대형 기업들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이 대어급 IPO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하반기 시장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