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야간 시장’ 개막…증권사 브로커리지 실익 있을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6.09.14 11:02 / 수정: 2026.09.14 11:02
14일 오후 4시부터 KRX 애프터마켓 첫 개장
증시 거래대금·예탁금 위축 속 정규장 수요 파편화 우려도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거래시간 연장 정책을 추진해 온 한국거래소는 14일 오후 4시부터 마침내 애프터마켓을 첫 개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사상 첫 코스피 4000 돌파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거래시간 연장 정책을 추진해 온 한국거래소는 14일 오후 4시부터 마침내 애프터마켓을 첫 개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사상 첫 코스피 4000 돌파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전격 개장하면서 국내 증시 전 종목 야간 거래 시대를 연다. 다만 최근 거래대금이 위축된 상황에서 단순한 시간 연장은 기존 수요 분산에 그치고, 고정비 부담만 가중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은 당장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개장한다. 기존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체결하던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전면 폐지하고, 관리종목 등 일부를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을 정규장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게 구조를 뜯어고쳤다.

'한국거래소표' 애프터마켓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종목 수다. 먼저 야간 거래를 개장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야간 세션은 코스피200 등 대형주 중심의 1000여개 종목에 거래가 제한됐지만, 한국거래소 야간장은 국내 증시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다룬다. 그간 정규장 종료 후 공시나 글로벌 이슈에 즉각 반응하지 못했던 중소형주 투자자들에게도 실시간 대응의 문이 열린 셈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주식 매매 창구를 운용하는 증권사들도 분주하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야간 거래를 위한 모바일트레이딩(MTS) 전산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하고,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중 더 유리한 가격에 주문을 집행하는 최선집행기준(SOR) 시스템을 더 정밀하게 고도화하는 등 초반 고객 선점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체감할 실제 수수료 실익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업계가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증시 거래대금 추이를 우려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50조원을 웃돌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 36조원대, 8월 25조원대 수준까지 감소했으며, 이달 첫 거래일에는 19조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6월 139조원대에서 9월 102조원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처럼 거래량과 수급이 위축된 시점에서 거래 시간만 연장된다면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기존 정규장 거래 수요가 야간으로 쪼개지는 분산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야간 주문 처리와 전산 대응,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력 운영비나 인프라 비용 등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한 거래대금의 큰 축을 차지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이 변동성 우려로 야간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증권사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 개장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이탈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야간 국내주식 거래가 자연스럽게 미국 증시 등 해외주식 거래로 연결되는 시너지도 가능하다. 수수료 경쟁을 넘어 야간 변동성에 대응하는 특화 콘텐츠 경쟁을 통해 증권사들의 MTS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유가 불안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시점에서 거래 시간만 늘린다고 수수료 수익이 눈에 띄게 늘어나긴 어렵다"며 "도입 초기에는 수익성 개선보다 혹시 모를 야간 전산 오류나 결제 시스템 안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2ku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