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 육성 이어 생산적금융 확대…RWA 증가 부담
주주환원도 강화 압력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 후반까지 끌어올리며 자본적정성은 개선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늘어난 자본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보험·증권 등 비은행 육성과 생산적금융 확대, 주주환원 강화까지 자본 수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본관리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확보한 자본여력을 실제 이익 성장으로 연결하지 못할 경우 자본효율성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반기 공시 기준 올해 2분기 말 CET1비율은 13.74%로 지난해 말 12.89%보다 0.85%포인트 상승했다. 2024년 말 12.13%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1.6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한때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CET1을 최상위권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자본효율성은 같은 속도로 개선되지 못했다. 비지배지분을 제외한 우리금융의 ROE는 2024년 9.34%에서 지난해 9.01%, 올해 상반기 8.55%로 하락했다. 비지배지분을 포함한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9.60%에서 9.31%, 8.85%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이 중장기적으로 제시한 ROE 목표는 10% 이상이다.
올해 상반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 순이익은 1조6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2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은 회복됐지만 자본 증가 속도에 비해 이익 증가폭이 제한되면서 ROE 반등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셈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5조722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비은행 이익 비중도 22%를 넘어섰다.
문제는 앞으로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 더 많다는 점이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금융지주의 자본관리 부담을 분석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주요 자본소요 요인으로 꼽았으며, 우리금융을 주요 사례 중 하나로 들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을 증자했다.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의 인수가격은 총 1조5493억원이었다.
보험 통합 과정에서도 비용 부담이 예정돼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동양생명을 완전자회사화한 데 이어 ABL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2027년 하반기 통합 생명보험사 출범을 목표로 전산·전략·재무 등 시스템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관련 통합 비용이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통합 비용의 실제 분담 구조와 향후 추가 자본지원 여부는 양사의 자본적정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투자재원이 여전히 은행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NICE신평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021년 5조2123억원에서 지난해 9조8565억원으로 8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 배당금은 같은 기간 3조4828억원에서 7조43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자회사 배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66.8%에서 75.5%로 높아졌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연결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도 평균 74%에 달했다.
은행에서 지주로 올라가는 배당이 많아질수록 비은행 계열사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기에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은행 내부에 유보되는 자본은 줄어든다. 비은행 경쟁력 확대가 아직 은행에 버금가는 이익창출력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을 비은행에 재투입하는 구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생산적금융 확대도 새로운 자본관리 변수로 등장했다. 우리금융은 생산적·포용금융을 위한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를 기존 80조원에서 90조원으로 확대했다. 올해 생산적금융 목표는 21조8000억원으로 상반기에 이미 82.5%를 집행했다. 첨단전략산업과 혁신·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적금융은 장기적으로 기업금융 수익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여신과 모험자본 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는 RWA 증가와 대손비용, 투자자산 가격 변동 등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NICE신평도 주요 금융그룹의 생산적금융 확대가 RWA를 늘려 중장기적으로 자본관리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은 주주환원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총 3500억원으로 확대했으며 2분기 주당 배당금도 22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36.8%로 2023년 33.8%, 2024년 33.3%보다 높아졌다. 금융권 전반에서 총주주환원율 50%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자본비율을 이유로 주주환원 속도를 늦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우리금융은 비은행 육성과 생산적금융, 주주환원이라는 세 가지 자본 활용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CET1 자체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확보한 자본여력을 어디에 투입하고, 그 투자가 얼마만큼의 추가 이익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특히, ROE가 2024년 9.34%에서 올해 상반기 8.55%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비은행과 기업금융 확대 과정의 RWA 증가 속도가 이익 증가 속도를 웃돌 경우 자본효율성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육성과 생산적금융 확대, 주주환원이 동시에 진행되더라도 현재 확보한 자본여력을 감안하면 자본관리 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과거보다 높아진 CET1비율을 바탕으로 기업금융과 비은행 부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거에는 CET1 부담 때문에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거나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 자본을 투입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지금은 자본비율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돼 우리은행의 생산적금융 확대와 비은행 계열사 육성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은행과 생산적금융, 주주환원 가운데 별도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생산적금융 확대 역시 결국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활동이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과 자본여력이 다시 주주환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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