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근로 감독 중에도 중대재해 발생
원하청, 법적 공방 '책임 회피'…노조 반발↑

최근 원하청 또는 원청과 자회사 사이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는 생계에 떠밀려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변을 당한다. 하지만 원청을 비롯한 관계 업체들은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적 공방에만 몰두하거나, 책임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사이 노동자들은 현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더팩트>는 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톺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인천공항공사 자회사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해 온 작업 환경 안전 문제가 결국 현실이 됐다. 인천국제공항 내 시설 보수 작업 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해당 시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전 문제 지적이 나온 이후 기획근로감독을 실시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감독 중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원청과 자회사는 각각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의 중대재해 문제가 지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 수하물 처리시설 등에서 산업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의 100%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이 파악한 사고는 총 두 건이다. 지난 4월 12일에는 승강설비 작업자 중상재해가 발생했다. 이어 5월 14일에는 면세구역 탑승구 상부의 안전시설물 보수 작업 중 외주업체 직원 추락 사고가 발생했고 작업자는 결국 사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설 안전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중부지방 고용노동청이 기획근로감독에 돌입했음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에도 인천공항시설관리 기계사업소에서 밀폐작업 중 안전조치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전 관련 문제가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천공항 시설엔지니어 노동조합은 원청인 인천국제공항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을 진행했다. 원청과 자회사, 작업을 수행한 외주업체가 작업계획·위험성평가·안전인력·작업허가·현장점검을 어떻게 나눠 맡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부터 원청을 상대로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지속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용노동청이 산재예방지도에 나서는 등 지적에 나섰지만 개선이 더디자 원청을 처벌해달라고 압박하기로 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시설 특성상 24시간 내내 중단 없이 운영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수하물처리시설, 승강설비, 전력·항공등화, 기계설비는 공항의 기능을 떠받치는 핵심 운영시설로 설비·보수가 중요하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설비·보수 사업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회사 직원들의 작업 환경 개선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는 총 118개의 탑승교가 있다. 탑승교란 승객이 안전하게 터미널과 항공기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모양 통로다. 탑승교는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가 관리 주체로, 소속 직원들이 상주하며 탑승교 안전을 점검한다.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자회사라는 이유로 휴게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엔 해당 직원들이 휴게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이 없다. 도시락을 가져와도 식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노조는 원청인 인천국제공항에 휴게 공간 확보를 요구했으나 원청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원청과 자회사는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각각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원청과 자회사가 서로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법률 대응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실족 사고의 원인이 된 설비보수 계약은 총액 2000만원 미만으로, 자회사가 발주할 권한을 갖는다. 원청의 시설물 보수 공사임에도 자회사가 발주 당사자가 돼 책임을 떠맡게 되자 각자 법적 공방을 결심한 것이다.
노조는 감독 중에도 이미 지적된 위험이 사고로 이어졌다면 작업자 개인의 실수보다 유지관리·도급·감독체계의 구조를 뜯어봐야 한다고 본다. 실제 이번 사고 당시에도 인천국제공항은 발주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관 등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노조는 이같은 문제 제기가 불합리한 인사평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에 임금인상 및 승진 제한이 있었는데 회사 측이 노조의 고발에 따른 벌금 납부 등으로 이윤이 줄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본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면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더 커졌다고 설명한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자 원청과 자회사 등이 공동 안전관리를 의무화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2025년 11월부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수하물처리시설 대상 기획감독을 시작했고 미흡 지적받은 36건을 우선적으로 조치했다"며 "현재 시정명령 145건을 처분받아 65건 완료 및 단계별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현장 여건을 충분히 살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자회사와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공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사업장 근로감독을 성실히 받고 있으며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위해 종합안전관리강화 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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