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상적 신약 개발까지 불신 받을 수 있어"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우려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후보자 측은 "공익적 고충 민원의 단순 전달이었으며 부당한 특혜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승인 기간만으로 특혜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과 함께 "정상적인 규제 심사 절차에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특정 기업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데다, 해당 후보물질의 임상 승인 과정과 이후 개발 경과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규제기관의 심사 독립성과 업계 전반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을 언급하며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당시 제넨셀의 임상시험계획(IND)은 식약처가 인도 임상시험 결과 등을 포함해 14개 항목의 자료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김 후보자의 요청 이후 14일 만인 10월26일 임상 2·3상 승인이 이뤄졌다.
2021년 당시 국내 유수의 전통 제약사들은 이미 인체 안전성이 검증된 시판 의약품의 효능을 바꾸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였다. 종근당의 나파벨탄,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등은 모두 오랫동안 의료현장에서 쓰이던 성분이었음에도 식약처의 IND 서류 접수부터 최종 승인까지 약 40~55일이 소요됐다.
반면 바이오텍 제넨셀이 신청한 후보물질 ES16001은 약물 재창출 후보가 아니라 천연물 기반 신물질이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20~2022년 신물질 기반 코로나 치료제 개발 21건이 승인을 받는 데 평균 71.6일이 소요됐다. 제넨셀과 유사한 조건의 신물질 연구였던 동화약품의 DW2008S가 90일 이상 걸렸던 점에 비교해봐도 제넨셀의 승인기간 33일은 현저히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 측은 "제넨셀의 실제 심사 소요일은 11일로, 신물질 임상시험 평균보다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고 반박했다. 당시 코로나19 신속프로그램의 신물질 임상 심사 목표는 15일 이내였다.
제넨셀은 최초 서류 제출 직후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실무진으로부터 안전성·유효성 데이터 미비 등 14개 항목에 달하는 무더기 보완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제시된 인도 임상 2상 데이터 역시 소규모(60명)에 불과하고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보완 요구서가 발송된 특정 IND에 대해 14일 만에 최종 승인이 떨어진 것은 통상적인 규제기관의 검토 프로세스상 이례적"이라며 "국회의원이 이를 식약처장에게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민원 전달 방식과 행적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12일 김 전 처장에게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분장이 돼 있다"며 회사명과 담당 실무 조직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빠르게 처리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김 후보자 측은 해당 연락이 중소기업의 고충민원을 전달한 것일뿐 우선심사나 심사기준 완화를 요구한 것은 아니며 이후 심사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관련 사건에서 김 후보자에게 알선뇌물약속혐의로 2024년 12월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현역 국회의원이 개별 기업의 민원을 규제기관의 수장에게 담당 조직을 언급하며 해결을 요청한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업계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검토해보고 기관의 담당자에게 절차를 물어보고 확인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식약처는 규제기관이고 임상과 관련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넨셀 설립자 강모 교수와 브로커 양모 씨 간 녹취파일이 확보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해당 녹취에는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청와대(BH)를 통해 보고서를 올리라'고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반면 김 후보자 측은 양 씨와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김 전 처장에게 BH에 보고하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해당 녹취에는 BH나 청와대를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도 "양 씨와 제3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통화는 법원의 재판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허위의 내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논란이 개별 기업을 넘어 신약개발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것이다. 제넨셀의 ES16001은 승인 이후 다국가 임상 2·3상을 추진했으나 환자 모집 실패 등으로 임상이 축소됐으며 올해 들어서는 임상시험이 중단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SI)였던 세종메디칼은 제넨셀의 지분 가치 63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하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등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임상 단계마다 규제기관의 과학적 판단과 투자자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외부 영향력이 임상시험 심사에 개입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상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산업"이라며 "일부 기업의 눈속임이나 정치권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 시장의 불신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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