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종사 '서열 갈등'…노조 쟁의조정 신청에 사측 "인사권 영역"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6.09.08 15:26 / 수정: 2026.09.08 15:36
합병 후 아시아나 출신과 조종사 승진 서열 놓고 대립
사측 "대한항공 조종사 승격 시기 불이익 없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앞두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승진 서열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나섰다. /더팩트 D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앞두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승진 서열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나섰다.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오는 12월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승진 서열 문제가 대한항공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놓고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이 노동쟁의 조정 신청까지 나서면서 양사 통합 과정에서 조종사 간 시니어리티(Seniority, 승격 서열) 갈등이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을 놓고 30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은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와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진 서열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다.

조종사에게 서열은 단순한 인사 순번 이상의 의미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기장 승격 시점에 따라 기본급과 각종 수당은 물론 대형기 전환, 교관·검열 보직 등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합병에 따른 서열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는 노사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제도를 준수한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서열 문제가 교섭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또 통합과 같은 사업재편에 따른 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이 개정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 자체가 노동쟁의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를 어떤 순서로 승진시킬 것인지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특히 노조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승진 서열을 대한항공 조종사보다 후순위로 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에 따른 조종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객관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통합 이후 기재 규모와 기장 수요 등을 반영할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격 시기가 통합 전 예상보다 늦어지는 사례는 없으며, 90% 이상은 오히려 승격 시기가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민간 경력 조종사 간 경력 차이도 사측과 노조의 주장이 엇갈린다. 노조는 대한항공이 민간경력 조종사의 서열 기준에서 최초 입사일 대신 '정사번 부여일'을 적용하면서 장기간 교육을 받은 조종사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사측은 통합 이후에도 양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어서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채용 조건이 다른 만큼 기존 서열 자체에 차이가 있으며, 이를 통합 과정에서 임의로 뒤집을 경우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의 민간경력 조종사는 1000시간, 아시아나는 300시간의 비행경력을 각각 요구해왔으며 양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유지할 경우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가 기장 승격에서 평균 3년 3개월 가량 앞서게 된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민간경력 조종사들의 경력 차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아나 조종사에게 대한항공의 운항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측은 반박했다.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요건과 훈련·심사 기준에는 기존 대한항공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 이른바 운항본부관리매뉴얼(FOAM)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마련한 서열안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향후 월별 기장 승격 인원 등을 확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격 시기가 단축된다는 회사의 분석만으로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노조는 조정 신청에 합병서열 외에도 세 가지 임단협 안건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으나, 사측은 서열을 제외한 임금과 휴식, 수당 등 나머지 임단협 안건은 사실상 잠정합의 수준까지 의견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과 10시간 이상 비행 후 전 노선 30시간 휴식, 출두시각부터 비행수당을 산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조정을 신청하면서 양측은 향후 15일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이미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만큼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돼 실제 쟁의행위에 들어가더라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

문형철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조종사 서열은 조종사 손으로 정해져야 한다"며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회사가 양쪽 조종사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서열을 정해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에게 적용될 기장 승진 서열을 일괄적으로 자신들 보다 후순위로 조정하는 내용으로 자신들과 합의하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면 오히려 항공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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