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분양 전환 없이 2031년까지 9300호 재공급

[더팩트|황준익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 입주자의 계약 연장 요구에 대해 "예외는 없다"고 못 박았다. 20년 동안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한 만큼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오 시장은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자산 축적 취지를 담아 20년을 설정했는데 미처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퇴거를 거부하거나 그런 분들에게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전세주택을)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 똑같이 기회를 누려야 한다"며 "더 살고 싶다거나 20년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07년 전국 최초로 중대형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했다. 핵심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보증금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고 최장 20년까지 분양 전환되지 않는다. 입주 후에도 보증금 인상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올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 원(KB부동산)의 약 41% 수준이다. 또 현재 거주 세대의 평균 거주기간은 약 10년으로 일반 임대차계약의 최장 4년보다 두 배 이상 길다.
내년부터는 20년을 모두 채운 가구가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일부 입주민들은 전셋값과 집값이 크게 올랐고 거주 기간 동안 고령층에 접어드는 등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거주 연장 또는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오 시장은 "당초 취지가 20년 기간을 잘 활용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만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누가 봐도 피치 못해 도저히 형편이 안 되는 분들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런 예외는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장 20년 거주·분양전환 불가' 원칙은 2007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 단계부터 명시해 온 제도의 기본 조건이다. 최장 20년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대신 만기 후에는 해당 주택을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원칙을 적용한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19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전세주택 시민인식조사'에서도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는 73.9%가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계약대로 원칙을 지켜야 해서'가 37.2%, '공공임대의 본래 목적이 영구 거주가 아니라 자립 지원에 있어서'가 37.1%로 나타났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년 만기 연장은 높은 대기를 감안하면 부담이 되는 선택"이라며 "장기전세주택을 더 지어야 하는데 서울시만의 지원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최근 장기전세주택과 흡사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했다"며 "새로운 형태의 정책 도입 전에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날 행사에서 장기전세주택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성과 등을 소개했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 결과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 4개월이었으며 퇴거 후 72.0%가 자가에 거주했다. 이는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60%)보다 12%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이달 기준 계약 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달했다. 이 중 82.4%는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 퇴거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이달 기준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년 6개월이었다.
행사에는 실제 입주민과 퇴거자가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상암동 장기전세주택에 12년간 거주했다는 한 퇴거자는 "넓은 집, 좋은 집으로의 이사 개념이 아닌 삶의 희망과 여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며 "지금은 퇴거해서 자가를 마련했는데 장기전세주택이 더 많은 시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왔다. 15년째 구로구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소득 기준이 150%을 상향할 경우 바로 퇴거된다"며 "자산을 모을 수 있게 한두 번 정도는 예외 기준을 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5년 차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도 "거주하면서 자산을 축적하는 것에 비해 소득 기준이 너무 낮게 돼 있어 재계약 때마다 기준을 넘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자산을 불안하지 않게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내년 310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호를 반환받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 없이 재공급한다. 다만 만기 가구 가운데 소득·자산 등 입주요건을 충족하는 가구에는 영구·국민임대 등 가구 여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다.
오 시장은 "제도의 취지와 입주민들의 자산 축적 노력이 잘 만나 모범사례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며 "자산 축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괴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마음 편안하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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