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돈 더 풀라는데 부실은 19조…은행권 '생산적 금융' 딜레마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9.07 11:37 / 수정: 2026.09.07 11:37
은행 부실채권 18.9조원, 8년 만에 최대…기업여신이 80%
5대 은행 중기 생산적 금융 78.5% 담보·보증…성장성 금융 시험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서 국내은행 부실채권은 1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서 국내은행 부실채권은 1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은행권에 부동산·가계대출 대신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자금을 돌리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기업대출 부실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부실이 빠르게 늘면서 은행들은 기업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과제를 안게 됐다. 부실 우려가 커질수록 자금이 우량기업이나 담보·보증 대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생산적 금융의 숙제로 꼽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서 국내은행 부실채권은 18조9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2018년 6월 말 19조4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0.60%에서 0.63%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부실 확대는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고 전분기보다 1조원 늘었다. 기업여신 NPL 비율은 0.77%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은 0.53%, 중소기업은 0.92%로 중소기업의 건전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중소법인만 놓고 보면 NPL 비율은 1.08%까지 올라갔다.

새로 부실로 편입되는 대출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2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조7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기업여신이 5조7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 신규 부실은 3조3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1조2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신규 부실은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5대 은행에서도 건전성 부담은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총 7조4331억원으로 1년 전 6조4325억원보다 1조6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도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1분기 0.57%, 2분기 0.58%로 올라왔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에 집중됐던 금융자금을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은행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현재 자본비율에서 기업대출을 기준으로 최대 74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공급액이 아니라 규제 완화로 생길 수 있는 최대 여력을 추산한 수치다.

5대 은행이 올해 6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집행하거나 약정한 중소기업 대출은 42조6578억원이다. /더팩트 DB
5대 은행이 올해 6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집행하거나 약정한 중소기업 대출은 42조6578억원이다. /더팩트 DB

문제는 실제 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여전히 담보와 보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이 올해 6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집행하거나 약정한 중소기업 대출은 42조6578억원이다. 이 가운데 담보대출이 25조7359억원으로 60.3%, 보증대출은 7조7663억원으로 18.2%를 차지했다. 둘을 합친 담보·보증 대출은 33조5022억원으로 전체의 78.5%다. 신용·기타대출은 9조1557억원, 21.5%에 그쳤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같은 기준으로 5대 은행이 공급·약정한 대기업 대출 30조6719억원 가운데 신용대출은 23조4622억원으로 76.5%를 차지했다. 미래 성장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담보력과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오히려 담보와 보증을 더 많이 요구받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리 환경도 변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향후 6개월 금리 전망에 대해 완만한 인상세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어 추가적인 금리 부담도 기업 여신 건전성의 변수로 남아 있다.

다만 중소기업 경기에 대한 전망은 최근 다소 개선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9월 중소기업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84.8로 전월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은 87.1로 7.0포인트 올랐다. 다만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만큼 향후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여전히 더 많은 상황이다.

금감원 역시 현재 부실 규모만으로 은행권 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6월 말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이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2.9%다. 금감원은 수익성과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취약 부문의 부실채권비율 상승과 향후 경제여건 변화에 대비해 모니터링과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단순히 기업대출 규모를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담보력이 부족하더라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얼마나 선별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부실까지 늘어날 경우 은행들이 다시 우량기업과 담보·보증 위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성을 정교하게 평가하면서도 늘어나는 연체와 부실을 통제하는 능력이 하반기 은행권 생산적 금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신용정보와 담보력이 부족해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보증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클 수밖에 없다"며 "생산적 금융이 실질적인 신용공급 확대로 이어지려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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