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맞춘 필랑트 '승차감'…개발기간 18개월→12개월[TF현장]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6.09.06 12:00 / 수정: 2026.09.06 12:00
금호타이어 20인치 타이어, 그랑 콜레오스·필랑트에 적용
연비·정숙성·마모 성능 개선…AI·디지털 트윈으로 개발기간 단축
금호타이어 용인중앙연구소. /용인=황지향 기자
금호타이어 용인중앙연구소. /용인=황지향 기자

[더팩트ㅣ용인=황지향 기자]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필랑트'를 직접 타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부드러운 승차감이었다. 큰 차체에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 편안한 주행감이 돋보였다. 여기에는 차량 개발 단계부터 르노코리아와 함께 승차감과 정숙성 등을 맞춰온 금호타이어의 신차용(OE) 타이어도 한몫했다.

지난 2일 경기 용인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타이어 개발 과정을 살펴봤다. 필랑트에는 금호타이어가 르노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245/45R20 규격의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된다. 앞서 그랑 콜레오스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사양이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OE 타이어는 신차 개발 단계부터 차량 특성에 맞춰 별도로 개발한다.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승차감과 정숙성, 연료 효율, 핸들링 등을 타이어 업체와 함께 조율하는 방식이다.

르노코리아와 금호타이어의 협업은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졌다. 이날 개발 과정을 설명한 이재현 금호타이어 책임연구원은 2008년부터 르노코리아 OE 개발을 담당하며 SM3와 SM5, SM6, QM6를 거쳐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개발에도 참여했다.

개발은 르노코리아가 신차의 특성과 목표 성능을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맞춰 노면과 맞닿는 트레드의 무늬인 '패턴'과 고무 배합물인 '컴파운드', 타이어 구조 등을 설계한다. 이후 실제 차량에 타이어를 장착해 르노코리아 평가팀과 공동 테스트를 거치고 제동과 마모, 법규·인증 등을 검증한 뒤 양산 사양을 확정한다.

르노 필랑트에 장착된 금호타이어. /황지향 기자
르노 필랑트에 장착된 금호타이어. /황지향 기자

그랑 콜레오스용 타이어 개발 당시 르노코리아가 특히 강조한 것은 승차감이었다. 금호타이어 개발진에게는 예상 밖의 주문이었다. 245/45R20 규격 특성상 당초 스포티한 핸들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사이즈 자체가 스포티해 핸들링에 초점을 두고 개발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첫 미팅에서 르노코리아 평가팀이 SUV지만 승용차 느낌이 날 정도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호타이어는 승차감을 중심으로 연료 효율과 정숙성, 마모 성능까지 함께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타이어를 개발했다.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 안쪽에는 스펀지 형태의 흡음재를 적용했다. 타이어 내부에서 발생하는 공명음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금호타이어 평가 결과 200~250Hz 영역의 캐비티 노이즈는 비교 대상 타이어보다 약 4dB 낮았다.

이날 둘러본 중앙연구소 지하 무향실에서는 이 같은 타이어 소음 특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외부 소음을 최대한 차단한 공간에서 타이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측정한다. 무향실에 들어서자 주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고 벽과 천장에는 소리를 흡수하기 위한 구조물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었다.

마모 성능도 개선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은 배터리 탑재로 차체가 무거워지면서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대응해 마모 성능을 높인 컴파운드를 적용했다.

그 결과 그랑 콜레오스용 타이어의 마모 성능은 개발 기준으로 삼은 QM6 19인치 타이어 대비 117%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 QM6용 타이어보다 약 17% 개선된 수준이다.

금호타이어 용인중앙연구소 쇼룸. /황지향 기자
금호타이어 용인중앙연구소 쇼룸. /황지향 기자

성능을 높이면서 개발기간은 오히려 줄었다. QM6용 OE 타이어 개발에는 약 18개월이 걸렸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약 12개월로 6개월가량 단축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개발기간이 과거보다 약 30% 줄었다고 설명했다.

개발기간을 줄이는 데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개발이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개발자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사양의 타이어를 직접 제작하고 차량에 장착해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현재는 실제 타이어를 만들기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패턴과 컴파운드, 구조에 따른 성능 변화를 예측하고 후보를 좁힌다.

금호타이어는 실제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과 AI를 활용하면서 실물 타이어 제작과 평가 횟수를 줄이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이용한 버추얼 개발과 AI를 접목해 실제 타이어를 만들어 평가하는 횟수를 줄였다"며 향후 가상 개발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랑 콜레오스에서 개발한 20인치 타이어는 후속 신차인 필랑트에도 동일한 사양으로 적용됐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량인 만큼 기존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타이어 사양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AI와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가상 개발 기술을 고도화해 OE 타이어 개발기간을 더 줄여나갈 계획이다. 완성차의 신차 개발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실제 제작과 시험을 줄이고 가상 검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타이어 개발 속도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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