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에 인력 이탈까지'…금감원, 민원·감독 공백 우려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9.04 11:53 / 수정: 2026.09.04 11:53
최근 5년간 481명 퇴직…지난해 112명으로 증가세
회계사 90.6%·변호사 94.2% "이전 시 이직 고려"
금융감독원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문인력 이탈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와 현장 감독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금융감독원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문인력 이탈에 따른 금융소비자 보호와 현장 감독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감독원의 지방 이전 가능성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매년 100명 안팎의 직원이 금감원을 떠나는 가운데 최근 전문인력 채용에서도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기술(IT) 등 전문성을 갖춘 감독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 이전이 추가적인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와 현장 감독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는 총 481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22년 102명, 2023년 103명, 2024년 110명, 지난해 112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54명이 금감원을 떠났다.

젊은 직원과 고위·중견 인력의 이탈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퇴직자 가운데 20~40대는 180명으로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3급 퇴직자는 346명으로 전체의 71.9%에 달했다.

문제는 빠져나가는 인력을 새로 충원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금감원은 전문·경력직 공개채용을 통해 변호사와 회계사 등 총 60명을 선발하려 했지만 최종 합격자는 56명에 그쳤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최종 합격자 가운데 4명이 합격 통보 이후 등록을 포기하면서 차순위자가 추가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합격자가 없었다면 목표 인원보다 8명이 부족해 채용 예정 인원의 약 13%를 채우지 못할 뻔한 셈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50~60명 규모 채용에서 등록 포기자가 한두 명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4명이나 임용을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계속되는 지방 이전 논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회계사·변호사도 "떠나겠다"…전문인력 확보 '빨간불'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전문인력 이탈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노조가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한 직원은 85.6%에 달했다.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69.7%였다.

젊은 직원일수록 이직 의향은 높았다. 만 40세 미만 직원의 92.5%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으며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비율도 82.5%에 달했다.

특히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인력의 이탈 가능성이 두드러졌다. 금감원 전체 직원 약 2450명 가운데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은 7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에 참여한 회계사의 90.6%가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고 78.9%는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변호사는 각각 94.2%, 85.5%로 더 높았다.

금융감독은 회계·법률 등 전문지식과 장기간 축적된 검사 경험이 필요한 업무인 만큼 이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단기간에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융은 디지털화되는데…IT 감독인력 중요성↑

금융산업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는 점도 전문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 등 플랫폼 기반 증권사들이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감독당국에도 기존 회계·법률뿐 아니라 전산 시스템과 데이터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플랫폼 증권사 성장 과정에서 전산 안정성과 IT 내부통제는 주요 감독 과제로 떠올랐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MTS 장애가 42건 발생했고 지난 4월에는 금감원이 IT 부문 현장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페이증권에 접수된 민원도 1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보다 크게 늘었다. 플랫폼 금융사의 고객과 거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전산 안정성과 소비자보호 체계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들여다볼 감독당국의 역할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IT·데이터 분야는 민간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들도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는 영역이다. 지방 이전으로 젊은 인력의 이탈이 현실화하면 금감원이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금융사 91.6% 수도권…민원·현장검사 공백 우려

전문인력 이탈과 함께 지방 이전 자체가 현장 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본점의 91.6%, 금감원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상장기업 본사의 72.7%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검사 인력이 피감 금융회사를 찾아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역출장'이 일상화될 수 있다. 금융민원의 81.4% 역시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을 찾는 외부인은 연간 약 7만5000명으로 이 가운데 약 9000명은 금융 민원과 상담을 위해 직접 방문한다. 특히 대면 상담 수요가 높은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에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핵심 금융당국은 우선 이전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 아래 올해 4분기 중 전체 이전 대상을 확정할 예정인 만큼 불씨는 남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전문인력 채용마저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 이전이 추가적인 인력 유출로 이어질 경우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방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감독기구가 감독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원론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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