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 제친 '민음사 책갈피'… 편의점가 번지는 '랜덤 마케팅' 열풍
  • 이윤경 기자
  • 입력: 2026.09.04 13:19 / 수정: 2026.09.04 13:19
GS25, 민음사 협업 '문학빵' 품귀에 2만원 리셀까지
캐릭터부터 문학·영화·스포츠 등 협업 영역 확대로 수집욕 자극
GS25에서 민음사, 오늘의 귀여움이 협업한 문학빵 가운데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타드맛)와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타드맛)가 판매되고 있다. /이윤경 기자
GS25에서 민음사, 오늘의 귀여움이 협업한 '문학빵' 가운데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타드맛)'와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타드맛)'가 판매되고 있다. /이윤경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물건이 들어오면 바로 나가요. 더 많이 시키고 싶어도 발주 수량에 한계가 있어 그러지도 못해요."

서울의 한 GS25 점주는 매대에 빵을 채워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편의점 업계가 상품에 무작위(랜덤) 요소를 결합해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 캐릭터 띠부씰에 머물던 랜덤 마케팅이 최근 문학과 영화, 프로스포츠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모양새다.

4일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가 출판사 민음사, 디자인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내놓은 '문학빵' 4종이 지난 2일까지 누적 판매량 43만개를 돌파했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이후 일주일 만에 약 20만개가 팔려나간 데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잇고 있다.

제품은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타드맛)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깨찰빵 솔티밀크맛) △오만과 편견(모카번 우유크림맛)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타드맛) 등 4종이다. 현재 GS25 전체 빵류 매출 1~4위를 싹쓸이했다.

인기의 핵심은 빵 속에 무작위로 들어간 20종의 책갈피다. 세계문학전집 명문장을 담은 책갈피 15종과 한국 시집 작품을 활용한 5종 중 1종이 랜덤으로 들어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문장의 책갈피를 모으기 위해 입고 시간에 맞춰 편의점을 찾는 이른바 '편의점 오픈런'을 벌이고 있다. '우리동네GS' 모바일 앱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사들이는 사전 예약 픽업 비중은 전체의 46%에 달했다. 이날 오전 우리동네GS 앱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민음사'가 '포켓몬 카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빵 가격은 개당 2700원 또는 3700원이지만, 당근이나 번개장터 등 중고 플랫폼에서는 특정 희귀 책갈피가 최대 2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책갈피를 둘러싼 수집·거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제품 가격은 종류에 따라 2700원 또는 3700원이지만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책갈피가 최대 2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네이버 스토어 캡처
책갈피를 둘러싼 수집·거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제품 가격은 종류에 따라 2700원 또는 3700원이지만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책갈피가 최대 2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네이버 스토어 캡처

GS25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좋아하는 콘텐츠와 취향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공유하는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텍스트힙(Text-Hip·독서를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 흐름과 맞물려 문학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20종의 책갈피 중 1종을 무작위로 제공하는 방식을 더해 상품을 수집하는 재미를 높였다.

랜덤 마케팅은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멀티플렉스 CGV와 손잡고 'CGV팝콘 바질어니언맛'을 내놨다. 봉지 안에는 △스크린X(SCREENX) 관람권 △일반 영화 관람권 △스몰세트 무료 쿠폰 △영화 2000원 할인권 △탄산음료 무료 쿠폰 △팝콘 무료 쿠폰 △콤보 3000원 할인권 등 7종의 혜택 중 하나를 무작위로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K리그 구단과 산리오캐릭터즈를 결합한 빵·디저트·교통카드 등 협업 상품에 '랜덤씰' 73종을 넣었다. K리그1·2 구단별 유니폼과 후드티, 폴라로이드 등을 활용한 랜덤씰을 통해 응원팀 상품을 찾는 수집·교환 수요를 겨냥했다.

이처럼 랜덤 요소는 원하는 굿즈나 혜택을 찾고 수집하는 재미를 더하며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나 매장 방문을 이끄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랜덤 요소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구매하고 개봉하는 과정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며 "목적 구매가 아니면 일부러 편의점을 찾을 이유가 크지 않은 만큼, 이런 재미 요소가 소비자의 방문과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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