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반도체 업계 예의주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영향을 받는 중대 사안인데,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앞으로의 미국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혁신 장관 회의 도중 경제 전문 CNBC와 인터뷰를 갖고 '대규모 반도체 관세와 미국 내 투자와 연계한 면세 혜택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를 정확히 겨냥한 신중하게 설계된 관세 정책을 보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미국) 생산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라'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수년간 관세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자국 기업에도 자칫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반도체 관세 문제를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번 러트닉의 발언은 반도체 업계에 다시금 긴장감을 불어넣는 행보다.
러트닉은 의약품 관세 정책을 반도체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그는 "의약품 분야를 다룬 방식을 보라. 미국에서 혁신적인 의약품을 생산한 기업들에 관세 감면 혜택을 줬다. 반도체도 비슷한 방식을 예상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우리는 관세를 깎아주고,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 그것은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러트닉은 이러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TSMC와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을 지목하며 "두 회사만 합쳐도 5000억달러가 넘는다. 그것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작동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러트닉의 발언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물론 관세율과 감면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건 이전과 동일하지만, 한 발짝씩 가까워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자체가 압박이다. 현실화된다면 관세 감면 기준을 고려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에 대한 사업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명확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정부의 압박과 실리적 이유로 미국 현지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을 투자해 파운드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약 5조원)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거점을 구축 중이다.
이번 러트닉 발언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이 앞서 언급했던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상황이 바뀐 부분이 없어 계속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러트닉은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한 질문에 "모든 기업들이 관세들이 곧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반도체 관세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지를 통해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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