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ISA 세재개편...증권사도 혼선 우려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6.09.02 11:08 / 수정: 2026.09.02 11:08
정부, 한 달 만에 ISA 만기 5년 제한·이월 폐지 번복
투자자·증권사 피로감↑…국회 입법 과정 변수도 고심
정부가 한 달 만에 ISA 규제안을 폐지하자, 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증권업계와 투자자 현장에서는 정책 번복에 따른 행정적 혼선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정부가 한 달 만에 ISA 규제안을 폐지하자, 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증권업계와 투자자 현장에서는 정책 번복에 따른 행정적 혼선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개편안을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뒤집으면서 증권업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 애초 발표안에 맞춰 구축하던 전산 코드를 통째로 폐기하는가 하면 고객 배포용 가이드라인과 마케팅 전략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잠재적 매물 이용 발생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통해 ISA의 연간 납입 한도 이월 제한과 계약기간 제한(5년) 등 조항을 핀셋 수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종안에서는 연간 납입 한도를 다음 해 이후로 이월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고, 계약기간도 최소 3년 외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청년층과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컸던 여론을 일부 수용하고, 국민의 자산형성 지원이라는 ISA의 목적성을 고수하려는 조치로 출이된다.

다만 증권사들은 고심에 빠지게 됐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ISA 개편안에 따라 전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거나 상품 출시나 판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와중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권은 국내 ISA 가입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분야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ISA 신규 가입자 중 99.5%가 은행이 아닌 증권사를 선택했다. 가입자 수는 반년 새 207만명, 계좌 잔액도 74% 늘었다. 증권사 ISA 계좌를 통해 주식을 직접 사거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할 수 있어 공모펀드나 예적금에 묶이는 은행형보다 자기주도형 투자 트렌트를 이끈 머니무브의 수혜를 누려온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ISA 관련 세제를 다시 수정하면서 증권사들은 애써 유치한 대규모 고객들의 반발과 무수한 문의를 현장에서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정부의 섣부른 세제개편 추진과 수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똥이 엉뚱하게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튀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ISA 계약기간 5년 만기 제한 규정을 발표하자 장기 절세 혜택을 누리려던 많은 ISA 가입자가 차라리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계좌를 중도 해지한 후 만기를 무기한으로 설정해 재가입하려 하는 등 문의가 속출하기도 했다.

중도 해지 시 기존 비과세 혜택이 전액 소멸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 발표를 믿었던 투자자들도 한 달 만의 회귀로 인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업계도 이번 정부의 개편안 초기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는 견해도 감지된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와 달리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의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어. 대규모 투자자 반발에 부딪혀 결국 수정될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신규 상품 기획이나 인프라 교체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기보다는, 정부가 여론을 수용해 정책을 수정할지를 지켜보는 관망세도 이어졌다. 무턱대고 시스템을 갈아엎었다가 정책이 바뀌면 막대한 매몰 비용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대신 증권사들은 가상 환경에서 기초적인 시뮬레이션 코드를 짜거나 임시 안내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수준으로 리스크 방어에 주력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이 단기간에 백지화되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선제적으로 조치했던 최소한의 개발 공수와 가이드라인 등은 폐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SA 관련 개편 업무 범위를 최소화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앞으로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당분간 적극적인 ISA 마케팅이나 고객 대응 전략을 짜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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