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급 한계에 물품 태부족·입점 점주 "파산 걱정 여전"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홈플러스가 재개장 이후 매출과 고객 수가 증가했다며 회생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입점업체 점주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매출 회복세와 실제 체감 경기 사이에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오는 2일 오후 3시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를 연다. 관계인집회는 기업회생 절차에서 채권자·담보권자·주주 등 이해관계인이 회생계획안을 심리하고 동의 여부를 밝히는 절차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해 67개 매장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회생계획안 인가 기한은 오는 4일까지다. 공익채권자들의 분할상환 동의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기준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자 동의율은 전체 59% 수준이다. 물품대금 관련 채권자는 64.4%, 임직원은 87.9%가 동의했다. 회생계획안 수행가능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추가 동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홈플러스는 매출 회복세를 회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재개장 이후 30일까지 11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중단 전인 7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7%, 객수는 38%, 구매회원수는 255% 증가했다.
하지만 물류 현장의 상품 공급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회생절차 돌입 이후 납품업체에 대금을 선불로 지급해야 하는 탓이다. 현재 확보한 운영자금 범위 내에서만 물량을 들여오다 보니 매대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날 오후 7시쯤 찾은 홈플러스 강서점의 풍경은 한산했다. 유인 계산대 12개 중 운영 중인 곳은 1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무인 계산대로 대체됐다. 냉장·냉동 코너와 실온 매대 곳곳에는 빈칸이 눈에 띄었다. 냉기가 나오는 냉장 설비 일부에는 주걱·쟁반 등 주방용품이 진열돼 있었다.
채소 코너는 상품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바구니를 받쳐 2~3단 정도로 진열한 모습이었다. 냉동 매대 역시 한 칸씩 비워두고 상품을 진열했다. 매장 한편에는 공간 효율화 작업에 따라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는 자리도 있었으며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상품으로 채운 매대들도 눈에 띄었다.
고객들 사이에서도 상품 부족을 체감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 고객은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한 듯 "다른 매장에 가볼까"라고 이야기했고, 원하는 소주 브랜드를 찾던 다른 고객은 상품이 보이지 않자 직원에게 문의하기도 했다.
임대매장들도 영업 정상화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일부는 영업하지 않은 채 비어 있었고, 내부에는 재고로 보이는 물품과 빈 행거만 남아 있었다. 출입문에는 '업체 사정으로 미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홈플러스 마트·몰 정상영업 중입니다', '더 나은 쇼핑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의 팻말도 설치돼 있었다.
수도권 한 홈플러스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입점업체 점주 A씨는 "오가는 손님들은 많아졌는데 매출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주말만 조금 나은 정도"라며 "보증금이 많지는 않지만 저한테는 큰돈인데, 지난번처럼 파산으로 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매장 내 상품 공급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A씨는 "매장 안에 들어가면 전보다 물건이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는 게 체감된다"며 "어차피 장사를 하고 있으니 홈플러스가 회생하는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 B씨는 "그동안 워낙 영업이 안 됐어서 지금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오는 손님들은 마트가 다시 문을 열었고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씩 둘러보는 정도다. 아직 사람들도 정상 운영까지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자체만으로는 홈플러스가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내놨다. B씨는 "회생이 될 거라고 보고 기다리는 중이지만 금전적으로 마트를 운영하려는 주체가 실제로 나타나야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회생은 중단 단계 정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입점업체 점주들은 홈플러스의 회생 과정에서 의사와 관계없이 점포를 비우게 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매장을 철수하면서 발생하는 원상복구 비용 등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을 이어가는 점포와 폐점을 앞둔 점포의 상황이 다른 만큼, 입점업체들 사이에서는 각 상황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홈플러스 협력·입점업체 간담회에서 "37개 점포는 단계적으로 폐점할 예정"이라며 "폐점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를 구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2038년까지 대출을 상환하는 것은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얘기"라며 "재난에 준하는 상황인 만큼 고정금리를 적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인가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 기반이 확실해 향후 정상적인 납품이 이뤄지면 충분히 영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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