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임시주총 앞둔 고려아연…이사회 구성 쏠리는 눈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6.08.31 10:01 / 수정: 2026.08.31 10:01
최윤범 측과 영풍·MBK 독립이사 각각 2명씩 확보 가능성
감사위원 1명 승부처…최윤범 측 후보에 자문사 잇단 '찬성' 의견
오는 9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독립이사 4명,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선임 안건이 오르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표대결이 또 한번 이뤄질 전망이다. /더팩트DB
오는 9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독립이사 4명,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선임 안건이 오르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표대결이 또 한번 이뤄질 전망이다. /더팩트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9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독립이사 4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새로 선임하는 이번 표대결에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에게 힘을 실으면서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9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 방식의 독립이사 4인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인 선임 등 3개 안건을 처리한다.

현재 고려아연 등기이사는 총 14명으로 지난 3월 정기주총 이후 최윤범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독립이사 4석의 공백은 지난 6월 이상훈·이형규·김경원·이재용 전 사외이사가 동시에 자진 사임하면서 생겼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선임됐지만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결정으로 실질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져 왔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5개 자리가 모두 채워지면 이사회는 19명으로 늘어난다.

독립이사 후보로는 고려아연 우호주주인 유미개발이 추천한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혜섭 변호사 등 4명이 나섰다.

업계에서는 집중투표제에 따라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이사회는 최소 11대7 구도로 재편된다.

최종 격차를 가를 변수는 별도로 선임하는 감사위원 1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와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 가운데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사회는 12대7 또는 11대8로 재편될 전망이다.

감사위원으로 백인규 후보가 선임될 경우 최 회장 측 이사회 우위는 한층 공고해진다. 반대로 영풍·MBK 측 후보가 선임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영풍·MBK 측의 이사회 내 견제력이 확대된다. 현 경영진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과 전략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위원 선출이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감사위원은 일반 이사와 달리 회사의 회계와 업무집행, 내부통제 등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의미가 더 크다. 영풍·MBK 측 입장에서는 감사위원을 확보할 경우 단순히 이사회 의석을 늘리는 것을 넘어 현 경영진에 대한 공식적인 견제 채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최 회장 측은 감사위원 자리까지 가져가야 이사회뿐 아니라 감사·감독 영역에서도 상대 진영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백 후보 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국내외 주요 자문사 중 ISS, 글래스루이스,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PIRC, 서스틴베스트, ESG연구소, 한국의결권자문 등 7곳이 백 후보에 찬성 의견을 냈다. 유일하게 한국ESG기준원만 박 후보에 찬성 의견을 제시해 현재까지 공개된 권고는 7대 1로 백 후보 쪽에 쏠린 상태다.

백 후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한국ESG기준원은 백 후보가 과거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 및 ESG센터장을 지냈고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고려아연의 주요 전략 사업 관련 재무실사에 참여한 점을 들었다. 백 후보가 고려아연과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의 특수관계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백 후보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할 독립성을 갖췄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 외의 자문사들은 감사위원 본연의 역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회계·감사 전문성측면에서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 후보보다 백 후보가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회계처리 및 내부 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해 감사위원회의 전문적인 감독 역량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백 후보의 경험과 전문성이 감사위원회의 기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일반 이사 선임과 달리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주요 자문사들의 의견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표대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측 모두 안심할 수는 없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8명과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만료돼 이번 임시주총보다 더 큰 규모의 이사회 재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내 우위를 최대한 확보해야 향후 경영권 방어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영풍·MBK 측이 이번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이사회 내 격차를 좁힐 경우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현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때문에 오는 9월 임시주총에서 선출될 감사위원 1석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선을 더욱 공고히 할지, 영풍·MBK 측이 향후 이사회 주도권 경쟁을 위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한국ESG기준원의 이번 권고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핵심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분석"이라며 "고려아연 주주들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선임해 원아시아펀드, 이그니오홀딩스, 대규모 유상증자 등 최윤범 이사를 둘러싼 중대한 지배구조 쟁점에 대해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미국 통합 제련소를 비롯한 미래성장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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