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휴온스글로벌도 지원 여력 제한적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추진이 무산되면서, 휴온스랩의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하려던 휴온스그룹 구상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부족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휴온스랩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휴온스글로벌의 재무 여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부투자 유치나 핵심 기술의 기술이전 성과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휴온스랩과의 합병계약을 해제하고 진행 절차를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역시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철회했다. 지난 5월 18일 합병 계약을 체결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합병 추진 발표 이후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파이프라인 귀속과 합병비율에 반발했다. 중복상장 관련 제도 변화와 증시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휴온스는 주주가치 보호 차원에서 합병 계획을 접었다. 합병 철회 소식에 27일 휴온스글로벌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합병 철회로 그룹 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시급한 문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휴온스랩의 자금 조달이다. 당초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은 휴온스랩의 R&D 역량과 휴온스의 현금창출력 및 사업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이 골자였다. 휴온스랩이 보유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휴온스의 개발·생산·인허가 역량과 결합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R&D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바이오의약품 R&D 전문 기업인 휴온스랩은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하이디퓨즈 등을 개발하는 R&D 중심 기업이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전이나 제품 판매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휴온스랩은 지난해 매출 8381만원, 영업손실 102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은 83억원, 부채는 101억원으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8억원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필요한 R&D 및 운영 자금만 약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제품 판매나 기술료 수익이 없어 모회사의 자금 수혈에 전적으로 의지해왔다. 지난 6월 주주간담회에서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는 휴온스랩이 뚜렷한 수입원 없이 R&D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합병 외에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합병이 철회되면서 이 100억원의 자금은 휴온스랩과 최대주주인 휴온스글로벌이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그동안 자금을 지원해온 최대주주 휴온스글로벌(지분율 58.19%) 역시 지원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휴온스글로벌은 2024년에만 유상증자를 통해 113억원을 투입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으나, 순수지주회사 특성상 가용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 휴온스글로벌의 상반기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87억원에 불과하며, 최근 지분 바이백에 따른 200억원 차입과 분기 배당 집행 등을 고려하면 추가 출자나 대여금 지원을 반복하기엔 부담이 크다.
지주사를 통한 자금 확보 기류가 막히면서 시장은 휴온스랩의 핵심 자산인 하이디퓨즈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하이디퓨즈는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꿔 투여 시간을 단축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항체 및 항체약물접합체(ADC)의 SC 제형 전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주목받고 있다. 휴온스랩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2곳과 주요 계약 조건을 담은 사전합의서(Term Sheet)를 교환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기술이전 협상은 상대방과의 정밀 실사 및 조건 조율에 시간이 걸려 단기 운영자금을 즉각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외부 투자 유치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합병 중단을 결정했지만 기존 R&D와 기술이전 논의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합병 철회에 따라 휴온스랩의 자금 조달이나 경영 계획 등을 세부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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