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수 부회장 20년 체제서 자사주 환원 '제로'
주주 불만 폭발…회사 측 "검토 중"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순이익을 두 배 이상 늘리며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물류센터 등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성과를 낸 데다 채권·주식 등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수익을 거두며 수익 기반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주가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부진한 흐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진투자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2.84% 오른 4360원에서 거래를 마치면서 여전히 액면가(5000원)보다 낮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중 3000원대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8월 들어 꾸준히 4000원선에서 보합 중이다.
다만 지난 5월 15일 기록한 연고점 692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7%가량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 3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상반기 들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른 증권주와 비교하면 상승 탄력이 크지 않았고, 하반기 들어서는 다시 4000원 안팎에서 횡보하며 뚜렷한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대한 회사의 행보를 꼽는다. 특히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약 20년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이 없었다는 점이 주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007년 최대주주가 유진기업(28.26%)으로 변경된 이후 오너 일가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러나 이후 약 19년 동안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자사주를 활용한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배경에는 최근의 실적 개선세도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주요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업황 부진으로 회사의 실적과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았던 시기에는 주주들도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1% 증가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1202억원으로 전년보다 203.5% 늘면서 주주환원 여력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세는 체급이 비슷한 중소형 증권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1000억원에 못 미쳤던 증권사 가운데 현대차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48.3%, 다올투자증권은 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진투자증권의 순이익 증가율은 203.5%로 이들보다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 396억원이었던 순이익이 1년 만에 1202억원으로 늘면서 1000억원대 증권사로 올라선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유진투자증권보다 순이익이 약 250억원 많았던 한화투자증권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5%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마다 강점을 지닌 사업 부문과 실적 흐름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증시 및 IB 업황 개선을 수익으로 연결하며 상대적으로 가파른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처럼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주주환원 확대나 자사주 활용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낮다는 점도 변수다. 유진투자증권의 자사주 비율은 5.19%로, 체급이 비슷한 신영증권(53.10%)이나 부국증권(42.73%)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소각 의무화 등 제도적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자사주 보유 비중 자체가 낮아 해당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다. 오너 일가의 자발적인 결단 없이는 실질적인 주주환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물론 유진투자증권이 그간 시장의 우려를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대신 현금 배당 확대 카드를 꾸준히 활용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결산 기준 주당 배당금을 전년(100원) 대비 80% 늘린 180원으로 책정했으며, 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현금배당성향도 18.5%에서 25.6%로 끌어올렸다. 실적이 저조했던 2022년에는 배당성향을 35.2%까지 대폭 높여 이익 환원에 집중하기도 했다.
다만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만으로는 주가 부양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10인의 지분율이 32.37%에 달한다. 배당을 확대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돌아가는 현금 배당 규모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유통 물량을 줄여 주당 가치를 직접 올리는 자사주 소각을 기피하고 배당에만 치중한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금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도 주주환원의 일환이나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견인하는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거센 시점"이라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단순 배당을 넘어 자사주 활용 로드맵을 보여줘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다각도에서 계속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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