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걸림돌 걷힌 임신중지약 '미프진'…국내 허가 식약처 결단 남아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6.08.25 16:32 / 수정: 2026.08.25 16:32
법제처 "허가 요건 충족하면 식약처 허가해야"…입법 공백 논란 사실상 해소
현대약품 미프진 3번째 품목허가 심사 중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제처는 지난 21일 식약처의 질의에 법 개정 전이라도 임신중지 의약품의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더팩트 DB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제처는 지난 21일 식약처의 질의에 법 개정 전이라도 임신중지 의약품의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가로막아온 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관련 법 개정 없이도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할 수 있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은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계가 처방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는 등 제도권 도입을 위한 후속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심사대에 올라 있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미프진)'가 실제 국내 첫 허가 제품이 될 수 있을지 관건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신청한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영국 라인파마인터내셔널의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다.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이 자궁을 수축시켜 임신 조직의 배출을 돕는 방식이다.

이번 허가 심사를 앞두고 법적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이다. 법제처는 최근 식약처의 질의에 대해 "수입품목 허가 신청이 허가 요건을 충족했다면 식약처는 승인을 해야 하는 '기속행위'에 해당하며, 모자보건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공식 해석을 내놓았다. 모자보건법 개정 전이라도 임신중지 의약품의 수입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다.

법제처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 방법을 의사의 수술로 규정하고 있지만,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의약품의 품목허가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안전성·유효성 등 약사법상 허가 요건을 충족한 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는 행정청의 재량이 아닌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요건을 충족한다면 식약처가 허가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안전성이 확인된 약의 허가를 막는 것은 오히려 모성 건강권 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그동안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의 주요 걸림돌로 거론돼온 '입법 공백'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해석이 나온 것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관련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지만,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전향적인 검토를 지시하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식약처 역시 그동안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법제연구원도 약사법에 임신중지 의약품의 허가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안전성·유효성·품질 등 의약품 허가 기준을 충족하면 심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법제연구원은 식약처의 승인 지연이 '정책적 선택의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두고 가장 큰 관문인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남은 상황이다. 그동안 식약처는 법적 근거와 후속 입법 미비를 이유로 허가 심사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현대약품은 이미 미프지미소(미프진) 허가를 여러 차례 추진했다. 2021년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구 이후 회사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2023년 다시 신청했으나 관련 법률 정비 문제 등으로 심사가 잠정 중단됐고, 2024년 세 번째 품목허가 신청이 접수돼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승인이 지연되는 사이 온라인 등 규제 밖에서는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렸다.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불법 판매 건수만 3189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음성적 복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약물을 국가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하고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여성 건강권 보호에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법제처의 이번 해석으로 식약처가 더 이상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심사를 미루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신속허가 절차를 적용할 경우 허가까지 약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곧바로 미프진의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제처의 판단은 '법 개정 전에도 허가 심사가 가능하다'는 전제다. 실제 허가 여부는 식약처가 제출된 임상자료 등을 바탕으로 안전성·유효성·품질 등 의약품 허가 요건을 심사한 뒤 결정해야 한다.

식약처의 허가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우선 허가 이후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전제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약물이 도입됐을 때 보험급여를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모자보건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처방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이 참여한 논의에서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임신 주수와 투약 전 초음파 검사 여부, 처방 주체, 응급상황 대응체계 등이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약물 처방을 임신 9주6일 이내로 제한하고, 투약 전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며, 교육을 이수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등록 의료기관에서 처방·투약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성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이나 임신중지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운 여성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는 관련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 논의가 가능해진 가운데, 지난해 발의된 개정안에는 수술뿐 아니라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를 제도권에 포함하고 건강보험 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해외에서는 이미 임신중지 의약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허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본이 2023년 품목 허가를 마치고 영국과 호주 등도 처방 접근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임신중지를 위한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처가 법 개정 전에도 허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이제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기준에 따라 결론을 내릴 단계"라며 "허가 이후의 안전관리와 처방 체계는 별도의 과제로 두고, 우선 품목허가에 대한 판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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