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IPO '실적형 기업' 옥석 가리기 예고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8월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올해 증시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인공지능(AI) 밸류체인 기업도 상장일부터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출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래 기술이라는 청사진만으로 몸값을 높이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피지컬 AI 기반 자율비행 드론업체 니어스랩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24일 공모가(4만1200원) 대비 30.46% 폭락한 2만8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인 25일 장에서도 오전 10시 기준 5%대 하락하고 있다.
장 초반부터 공모가를 밑돌며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낙폭을 키웠다. 앞서 니어스랩이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5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약 2조5000억원대의 청약 증거금을 모아 높은 몸값을 책정받은 대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제시한 평가는 냉혹하기만 하다.
문제는 8월 새내기주 잔혹사가 니어스랩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8월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업종과 테마를 가리지 않고 연쇄 하락 중이다.
지난 12일 코스닥에 입성한 동대문 의류 플랫폼 운영사 딜리셔스는 이날 기준 공모가(7000원) 대비 약 53% 급락한 33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딜려스는 과거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보다 몸값을 대폭 낮춰 1만원대 이하의 시장 친화적 공모가를 제시했는데도 상장 이후 매도세를 버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통 제조업 기반의 오토마이 헬멧·의류업체 기도산업도 19일 상장 첫날 34% 가까이 급락해 공모가를 밑돈다. 탄탄한 실적을 무기로 삼은 제조업체까지 8월 한파를 피해 가지 못한 셈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제약·바이오주도 예삿일이 아니다. 유전체 분석업체 에이치엘지노믹스는 7월 말 상장했으나 8월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주가는 공모가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여기에 오늘(8월 25일) 상장한 반도체 센서 팹리스업체 해치덱도 장 초반 공모가 대비 20%대 급락 중이다.
시장에서는 8월 공모주 부진 배경으로 상반기 과열 경쟁이 낳은 결과로 보고 있다. 상반기 국내 증시가 AI 반도체 주도주를 중심으로 초호황기를 보내면서 예비 상장사들이 상정절차에 속도를 냈고, 올해 초 중소형주 중심의 IPO 흥행 랠리도 이어지자 주관사들도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척장하면서 상장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가 변동 폭 확대를 노린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보유 대신 상장 첫날 일제히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는 기조가 8월 들어 뚜렷해진 점도 새내기들의 연이은 폭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오는 9월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9월에는 AI 의료데이터 플랫폼기업 스카이랩스를 비롯해 다수의 기술·헬스케어 기업들이 줄지어 상장 심사대와 청양 시장에 오를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축소된 상황에서 성장성 특례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9월 시장은 기술력보다 당장 눈앞의 분기 실적과 뚜렷한 흑자 전환 로드맵을 증명해 내는 실적형 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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