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SK하이닉스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노사의 '위기극복 DNA'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20일 '위기극복 동참'이라는 원칙으로 성과급 지급방식을 보완하는 방안에 잠정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담긴 '위기극복 동참' 원칙은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수십 년간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실제 행동으로 보여온 문화를 합의문 형태로 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2000년대에는 회사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 구성원들의 절박함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드러났다.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 사무실 형광등을 하나씩 뺐고, 구내식당에서는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냅킨 비용이라도 아끼자며 전 구성원이 손수건을 갖고 다녔다.
SK하이닉스에는 회사가 어려울수록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 나서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
2023년 반도체 다운턴 당시에도 회사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위기극복 아이디어를 공모하자 휴가 사용 확대, 휴일근무 축소 등 다양한 비용·업무 효율화 방안이 구성원들로부터 제안됐다.
회사 측은 과거부터 다운턴 때마다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번 잠정합의 역시 이 같은 역사와 맞닿아 있다. 노사는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고용안정과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일부를 이연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를 회복한다는 원칙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얼마나,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가를 넘어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함께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노사가 미리 해둔 것"이라며 "형광등 하나, 냅킨 한 장까지 아껴가며 회사를 지켰던 과거의 경험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 '함께 버티는 전통'을 제도적인 약속으로 남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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