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출혈 감수한 고육지책 평가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자금 유치와 가입자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고금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중되는 조달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산 규모를 빠르게 키워 대형사 중심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발행어음형 정기예금 금리를 전 구간에 걸쳐 0.05~0.30%포인트(p) 인상했다. 1년 만기 거치식과 270~364일 만기 거치식 정기예금 금리는 개인 고객, 세전 기준 연 3.80%로 상향했으며 비대면 채널 가입 시 제공되는 0.10%p 우대금리까지 더하면 최고 연 3.9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단기 여유자금 운용상품인 'CMA Note'와 '우리WON CMA Note'의 금리도 전 구간 0.10%p 일제히 올리면서 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존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한 기준금리에 발맞춰 고객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다만 시장 시선은 이번 고금리 정책이 가질 재무적 부담에 쏠린다. 발행어음 사업을 다루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조달 비용 압박 등을 고려해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연 3.65% 안팎에 묶어두며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형사들마저 비용 통제를 위해 몸을 사리는 가운데 후발 주자인 우리투자증권이 홀로 3.90%로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런 승부수 뒤에는 역마진에 대한 우려도 자리 잡고 있다. 수신 금리를 연 3.90%까지 무리하게 높여 자금을 끌어모으더라도 기준금리가 인상된 시장 환경에서는 조달 비용을 웃도는 안전한 고수익 투자처를 제때 찾기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운용 수익률이 이자 비용을 밑돌게 되면 외형은 커질지 몰라도 회사의 실질적인 내실과 건전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우리투자증권이 고금리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체급 키우기가 직결 과제로 떠오른 영향도 감지된다. 당장 이자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자금의 절대 규모를 확보해야만 향후 기업금융(IB)이나 대형 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초 실탄을 다질 수 있다.
지난 4월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모기업인 우리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대형 증권사들과 IB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주의 증자는 자기자본을 키우는 주춧돌 역할을 하나 실질적인 IB 비즈니스를 수행하려면 고객들이 직접 맡긴 대규모 예수금이 필수적으로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기존 대형 증권사들이 리테일 시장을 견고하게 선점하고 있어 출범 2년째를 맞은 우리투자증권의 예수금 유입 속도는 지주의 자본 확충 속도에 비해 기대를 밑도는 추세다. 아직 고객을 유인할 확실한 무기가 부족한 만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물론 우리투자증권은 대형사를 위협할 예금 분야 무기를 갖추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해 발행어음형 정기예금이나 CMA 상품에서 1인당 최대 1억원까지 보호되기 때문이다.
예금자 보호 혜택을 노린 리테일 자금이 단기간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부채성 이자 비용 역시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은 리스크로 꼽힌다. 업계 최고 수준 금리에 안전성까지 더해져 대형사들이 선점한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은 엿보이나, 고수익 자산으로 치환할 우리투자증권의 본업 경쟁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안착을 위해 초기 비용 지출을 감수하는 것은 흔한 전략이지만 지금처럼 리테일 자금 조달 비용을 무리하게 높이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며 "확보한 고금리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전한 고수익 자산으로 굴려 내느냐가 향후 생존을 가를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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