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처벌 강화, 광고 차단, 계좌정지 등 통합 대응 추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물을 유통하는 불법사이트를 무력화하기 위한 통합 대응에 나선다. 삭제 지원 중심의 기존 대응을 넘어 수사와 처벌, 수익 차단, 접속 차단 기술 고도화 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함께 '불법촬영물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확정·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 6월 출범한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사이트 3만4628개의 운영 형태와 피해 규모, 수익 구조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사이트 가운데 6683개(19.3%)는 여전히 접속 가능한 상태였다. 이 중 3832개는 별도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 가능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를 둔 사이트는 1316개였다. 정부는 이들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이 21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불법사이트의 수익 구조도 확인됐다. 국내망에서 접속되고 배너광고가 게재된 1674개 사이트에서는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 4만686개가 확인됐다. 최근 5년간 경찰에 검거된 27건, 126개 불법사이트 수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범죄수익은 약 3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385개 그룹도 식별했다. 일부 사이트는 국내 접속 차단 이후에도 3~7년간 운영을 이어갔으며, 개발·운영·유통·자금인출 등이 분업화된 형태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우선 불법사이트 개설·운영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한다. 현재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방조범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독립 범죄로 규정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자 검거와 원본 삭제 등 근본적 대응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수사기관이 사이트에 직접 접근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능동적 방어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수익 차단 대책도 병행한다. 정부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 사이트에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에 대해서는 거래정지를 추진해 자금 흐름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서버를 활용하는 사이트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삭제 요청에 불응하는 사이트에 대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신고 전달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지를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불법사이트 탐지와 차단 실효성도 높인다. 도메인을 바꿔 차단을 회피하는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불법사이트 전주기 대응 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한다.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 도입도 추진한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과 국민 참여 창구도 확대한다. 정부는 불법사이트 접속·이용 근절 캠페인을 추진하고 '디지털 성범죄 STOP 통합누리집'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을 통해 정책 제안과 불법사이트 제보를 받을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 심층분석을 통해 그동안 짐작만 해왔던 불법사이트의 조직적·기업화된 실체가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수익 차단, 운영자 검거를 위한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디지털성범죄물이 유통되는 불법사이트는 디지털성범죄를 확산시키고 피해를 반복시키는 핵심 경로"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자 지원,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까지 전 단계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디지털 성착취물 등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은 사이버도박, 불법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들의 관문 역할을 하며 범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뿌리 뽑는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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