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위상 위축 우려에도 실무적 실리 택했다는 평가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해외 법인 없이 내수 시장에 집중한 메리츠증권이 마침내 해외로 향한다. 그간 국내를 고집한 노선을 깨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구상하면서 첫 행선지로 홍콩을 선택한 배경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하반기 내 홍콩 법인 설립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현재로썬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초대 법인장을 내정하고 본부장급 인사를 비롯한 전문 인력 영입에 나서는 등 조직 구성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설될 홍콩 법인은 현지 투자 기회 발굴이나 거래 중개, 해외 딜 소싱 등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법인에서 다루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특화한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현지에서 해외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본사의 핵심 수익원인 기업금융(IB) 부문과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이번 해외 진출은 그간 내수 시장에 자본을 집중해 실속을 챙긴 기존 노선과 달리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7개 일반 증권사가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일 만큼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보편화한 상태다.
시장 환경 변화가 보폭을 넓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2분기 IB 부문 수익은 경쟁사들의 성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위축 등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한 817억원에 그쳤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IB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시점에서 외부로 눈을 돌리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출 지역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 서구권 금융 허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 순이익도 미국이 1억6070만달러로 가장 높다.
특히 최근 홍콩은 중국의 통제 강화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여파로 과거에 비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이 위축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메리츠증권이 홍콩에 첫 깃발을 꽂는 이유로는 검증된 시장에 대한 안정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홍콩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이미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안착시킨 곳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 늦깎이인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모험적인 시장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홍콩이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동시에 메리츠증권이 가진 부동산 PF나 구조화금융 중심의 기업금융(IB) 역량과도 직결된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인 주식 위탁매매 중심의 성장보다는 우량 딜을 발굴해 구조화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도매금융에 특화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비록 홍콩의 금융 기능이 다소 위축됐으나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본이 집결하는 최대 대체투자 시장인 만큼,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대형 딜의 셀다운(재매각)이나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에 최적의 요충지라는 분석이다.
시차와 지리적인 접근성도 실무적인 이점으로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은 시차에 따라 긴박하게 돌아가는 실시간 딜 조율과 본사와 원활한 소통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홍콩은 한국과 1시간의 시차만을 두고 있어 본사의 풍부한 자본력과 현지 법인의 기동성을 실시간으로 결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좇아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기보다는 본사와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최대 강점을 가장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홍콩을 선택해 실익을 극대화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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