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행' 하나의 다음 목표는 인천시금고…신한 20년 아성 흔들까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8.18 10:51 / 수정: 2026.08.18 10:51
28일부터 제안서 접수…제1금고 15조·제2금고 2조 규모
신한 2007년부터 제1금고 수성…하나, 9월 청라 HQ 지역 접점 확대
2007년부터 20년째 인천시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에 하나은행이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에 준공한 하나금융그룹 본사 ‘그룹 헤드쿼터/인천경제청
2007년부터 20년째 인천시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에 하나은행이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에 준공한 하나금융그룹 본사 ‘그룹 헤드쿼터'/인천경제청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시대' 개막과 맞물려 인천시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007년부터 20년째 인천시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에 하나은행이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하나금융이 다음 달부터 그룹 본사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가운데 최근 인천시와 대규모 금융지원 협약까지 체결하면서 하나은행의 지역 밀착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시 재정을 관리할 차기 시금고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시금고 지정 설명회에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이 참석했다. 인천시는 오는 27일까지 관련 자료 열람을 진행한 뒤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후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의·평가를 거쳐 9월 중 우선지정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시금고는 제1금고와 제2금고로 나뉜다. 제1금고는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 연간 약 15조원 규모를 관리하고, 제2금고는 기타특별회계 약 2조원을 맡는다. 현재 제1금고는 신한은행, 제2금고는 NH농협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2007년부터 각각 제1·2금고를 맡아 올해까지 20년 연속 인천시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아직 제안서 접수 전인 만큼 실제 경쟁 구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제1금고를 놓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재대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4년 전인 2022년에도 제1금고 입찰에는 신한·하나·국민은행이 참여했다. 당시 12명의 심의위원 평가에서 신한은행은 1156.29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하나은행은 1085.26점, 국민은행은 1069.13점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의 강점은 장기간 축적한 시금고 운영 경험이다. 올해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25점, 시민 이용 편의성 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 24점,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7점, 그 밖의 사항 2점 등 총 100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금고업무 관리능력의 배점이 24점에 달하는 만큼 장기간 시금고를 운영하며 축적한 전산·자금관리 경험은 신한은행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번에는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천시는 올해 조례를 개정하면서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실적 등 일부 평가에서 금융기관 순위별 점수 차를 일정 범위 안으로 제한하던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방안 등의 차이가 실제 평가 점수에 과거보다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하나은행에는 4년 전과 다른 '청라 본사'라는 변수가 생겼다. 하나금융은 지난 5월 21일 청라 그룹 헤드쿼터 준공을 완료했으며 오는 9월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비롯한 10개 관계사 직원 약 2200명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기존 청라 근무 인력까지 포함하면 청라에서 근무하는 하나금융의 금융·IT 인력은 총 4000여명 규모가 된다. 하나금융은 앞서 2017년 그룹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청라에 조성했다.

하나은행은 본사 이전을 앞두고 인천 지역과의 금융 접점도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인천시 등과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3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인천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추가 특별출연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약 300억원 규모의 보증부 대출을 공급하고, 인천형 특별경영안정자금은 기존 1650억원에 833억원을 추가해 총 2483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의 미래산업 지원도 확대한다. 하나은행의 특별출연금을 토대로 기술보증기금이 인천지역 AI·바이오·콘텐츠·에너지 등 'ABC+E' 분야 기업에 총 1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제공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인천지역 신성장동력 분야와 유망기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인천 유니콘 펀드'에도 출자하고 하나증권이 펀드 결성과 운용을 맡는다. 다만 이 같은 지역사업이나 청라 본사 이전 자체가 시금고 평가에서 별도의 가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평가는 공고된 항목과 배점에 따라 이뤄진다.

지난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시금고 지정 설명회에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이 참석했다. /더팩트 DB
지난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시금고 지정 설명회에는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이 참석했다. /더팩트 DB

NIM 나란히 1.61%…기관거래·수신 기반 확보도 관심

시금고 경쟁은 대규모 지방재정을 관리하는 상징성뿐 아니라 은행의 기관영업과 수신 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은행들이 대출 규제와 조달비용 상승에 대응해 안정적인 수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금고 운영은 공공기관 거래와 연계 영업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1%로 같아졌다. 신한금융의 공식 상반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NIM은 1분기 1.60%에서 2분기 1.61%로 1bp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자산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하나은행도 1분기 1.58%에서 2분기 1.61%로 3bp 개선됐다.

하나은행은 올해 저원가성 수신도 확대했다. 하나은행의 핵심저원가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89조208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7조2310억원으로 9.0% 늘었다. 핵심저원가성예금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6.5%에서 상반기 말 39.3%로 2.8%포인트 확대됐다. 저원가성 조달 기반 확대와 대출 수익률 관리 등이 하나은행의 NIM 개선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인천시금고의 연간 관리 규모인 약 17조원을 그대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봐서는 안 된다. 17조원은 제1·2금고가 한 해 동안 취급하는 인천시 재정 규모로 실제 은행 계좌에 머무는 평균 공금예금 잔액과는 차이가 있다. 또 평가항목 가운데 대출·예금금리가 18점을 차지하는 만큼 경쟁 과정에서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할 경우 은행의 조달비용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금고 유치에 따른 실제 수익성은 평균 예금잔액과 적용금리, 협력사업 비용, 기관·지역 고객과의 연계 영업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신한은행으로서는 이번 시금고 수성이 20년간 구축한 인천지역 기관영업 기반을 이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하나은행은 청라 그룹 헤드쿼터 이전과 인천지역 금융지원 확대를 계기로 지역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4년 전 제1금고 경쟁에서 신한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하나은행이 달라진 지역 기반과 평가 환경을 발판 삼아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이번 경쟁의 관전 포인트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금고 경쟁과 관련해 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 디지털 금융역량, 지자체 금고 운영 경험 등을 중심으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역시 최근 인천시와의 협약을 통해 청년·소상공인 지원부터 미래산업 육성까지 지역 금융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금고는 안정적인 기관 거래와 수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신한은행은 장기간 운영 경험이, 하나은행은 청라 본사 이전을 통한 지역 기여 확대가 각각 강점인 만큼 이번에는 과거보다 경쟁이 치열해질질 것"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