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설비투자 늘면 시설·운전자금 수요 기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방에서 최대 1.5배 우대하기로 하면서 지역 기업을 주요 영업 기반으로 둔 지방은행의 기업금융에도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지방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연구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의 세 부담이 줄어 실제 투자가 늘어나면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등 은행 대출 수요도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다만 세제개편안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인 데다 세제 혜택이 기업 투자와 대출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제도 확정과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R&D 비용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을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지방우대계수 도입 방안을 담았다. 정부는 지방주도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공제율에 지역별 계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비수도권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안의 지방우대계수는 수도권이 1.0이다. 비수도권 광역시 등은 1.1, 기타 비수도권은 1.3, 기타 비수도권 가운데 인구감소지역 등 우대지역은 최대 1.5를 적용한다. 수도권이라도 접경지역 등 우대지역이면 1.1을 적용하고, 비수도권 광역시 등에 속한 우대지역은 1.3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같은 기본 공제율이 적용되는 투자라도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실제 공제율이 달라지는 구조다. 다만 '1.5배'는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 전체를 1.5배 깎아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세액공제율에 최대 1.5의 지역계수를 곱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우대지역 범위 등은 향후 시행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기로 한 국내생산세액공제에도 지역에 따른 우대가 적용된다. 국내 생산기반 확충이 필요한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전략 분야의 국내 생산을 세제로 지원하는 제도로, 지방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은 지방은행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은 아니다. 지방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투자 확대를 거쳐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기업이 세제 혜택을 고려해 지방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생산설비를 늘릴 경우 토지·건물과 기계·장비 등에 필요한 시설자금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원재료 구입이나 인건비 등에 필요한 운전자금 수요도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지역 중소·중견기업과 장기간 거래관계를 구축해 온 BNK부산은행·BNK경남은행, 광주은행·전북은행 등에는 기업금융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규모 공장이나 연구시설이 들어서면서 협력업체가 함께 이동하거나 신규 투자를 할 경우 금융 수요가 해당 기업뿐 아니라 지역 내 공급망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지방은행들은 이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남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30조1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27조7674억원보다 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대출은 25조1920억원에서 26조2341억원으로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50.6% 늘어 기업대출 증가세가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모습도 나타났다.
부산은행도 올해 6월 말 원화대출금이 64조4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은 35조459억원으로 같은 기간 1.8% 증가했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부산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은 전분기보다 2.7% 증가했다.
JB금융도 하반기 기업금융 확대를 공식적인 전략 과제로 제시했다. JB금융은 지난 4일 공개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결과에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지역금융 역할과 기업금융 지원 확대 등을 하반기 주요 전략 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JB금융의 올해 상반기 지배지분 순이익은 3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별 기업대출 흐름은 아직 엇갈린다. 전북은행의 6월 말 기업대출은 10조28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줄었다. 중소기업대출은 9조5682억원으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1분기와 비교하면 기업대출은 3.4%, 중소기업대출은 3.8% 늘어 2분기 들어 증가세를 보였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도 기업금융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iM뱅크의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은 5.9% 성장했고 원화대출 잔액은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iM금융은 기업대출 성장 등에 힘입어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지원 방향과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맞물린다는 점도 주목된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금융자금을 기업 투자와 첨단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에 지방투자를 우대하는 세제가 더해지면 지역 기업금융 시장을 둘러싼 은행 간 경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은 현재 확정된 법률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3일 개편안을 발표한 뒤 관련 세법 개정안을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있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투자 결정 역시 세제 혜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업황 전망과 금리 등 자금조달 비용, 인력 확보 가능성, 전력·용수·물류 등 산업 인프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역별 1.1~1.5의 계수가 실제 어느 사업장에 적용되는지도 기업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도 과제다. BNK금융의 올해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6%, 연체율은 1.34%로 1분기 1.57%, 1.42%보다 각각 0.11%포인트, 0.08%포인트 개선됐다. 다만 BNK금융은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건전성 지표가 동종업계보다 다소 열위한 수준이라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산건전성 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iM뱅크는 상반기 기업대출을 5.9% 늘리는 동안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각각 0.87%, 0.94%로 관리했다. 대출 규모 확대와 함께 우량 기업과 성장산업을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기업금융 확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지방은행의 새로운 기업금융 수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세제 우대가 실제 지방 기업의 R&D와 생산설비 투자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지방은행들이 지역 산업과 기업에 대한 영업 기반을 활용해 늘어나는 시설·운전자금 수요를 선점할 수 있지만 지역 경기와 업종별 위험을 감안한 건전성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실제 지방 설비투자로 이어질 경우 시설·운전자금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며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방은행에는 기업금융 확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건전성 관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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