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본PF엔 안전판…지방·비우량 사업장 정상화엔 한계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대폭 늘리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다시 부동산금융 영업 확대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공적 보증 확대만으로 얼어붙은 PF 시장이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PF보증 15조→33조…민간 돈줄 막히자 커진 '공적 안전판'
전날(13일)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보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기관의 PF보증 공급액은 지난해 15조2000억원에서 올해 목표 23조원, 내년 33조원으로 불어난다. 최근 3년간 연평균 공급 규모가 13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목표는 두 배를 훌쩍 웃돈다.
기관별로는 HUG가 올해 14조원에서 내년 20조원, HF가 9조원에서 13조원으로 공급 목표를 높인다. 2028년에도 각각 18조원과 12조원, 총 30조원의 보증 공급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2027년 말까지 PF 보증료를 30% 인하하고 보증 승인 후 3개월 안에 착공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인허가 신청과 보증심사를 병행해 통상 1.5개월이 걸리던 심사기간도 1개월로 단축한다.
정부가 보증 규모부터 크게 키운 것은 민간 PF 시장이 아직 독자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는 판단과 무관치 않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회사들이 PF 심사를 강화하면서 사업성이 일정 수준 검증된 사업장조차 공적 보증을 요구받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HUG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PF를 보수적으로 취급하다 보니 사업자에게 'HUG 보증을 가져와야 해주겠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PF보증 공급도 정부 목표를 거의 채우는 수준으로 늘었고 추가 보증을 기다리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호황기와는 정반대다. 당시에는 분양성과 사업성이 뒷받침되면 HUG 보증 없이도 은행·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에서 PF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장 신뢰가 훼손된 뒤에는 공적 보증이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신용 보강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권의 PF 위험선호가 낮아진 자리를 HUG와 HF가 메우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보증 범위도 넓힌다. 수도권 사업장은 기존 PF보증 한도와 별도로 공사비의 70%, 서울은 80%까지 보증받을 수 있도록 2028년까지 특례를 적용한다. 오피스텔 등 일반주택에는 기존 PF보증 신청 시 적용하던 건축 연면적 요건도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중소건설사를 위한 특별 PF보증 역시 연간 3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HUG는 이 같은 공급 확대가 현재 보증여력을 넘어서는 수준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주택사업을 대상으로 인허가가 난 이후 본PF 단계에서 보증하고 사업성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며 "2023년 하반기 이후 PF보증 사고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보증 붙으면 은행도 들어온다…증권사엔 '대박 호재' 아닌 까닭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33조원'이라는 숫자만으로 PF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적 보증이 붙은 사업장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낮아지지만, 보증기관이 사업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보증기관이 지원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사업성이 좋은 대형 사업장 위주"라며 "보증이 붙으면 다른 금융기관들도 쉽게 참여하지만 그런 곳은 전체 PF 사업장 가운데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보증 규모 확대에 따라 수혜 사업장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PF 시장 전체를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공적 보증 확대가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PF 시장이 경색됐을 때 증권사는 은행보다 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금융주선·채무보증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확보해왔다. 반면 HUG·HF 보증이 붙어 사업 위험이 낮아지면 은행과 기관투자가들도 자금 공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보증 확대가 PF 거래 자체를 늘릴 수는 있어도 증권사의 고위험·고수익 부동산금융 영업을 되살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셈이다.
더욱이 이번 대책은 부실 PF를 살리기보다는 사업성이 검증된 본PF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성격이 강하다. HUG 관계자는 "아무리 공적 보증기관이라고 해도 PF의 핵심은 사업성"이라며 "사업성이 우수하면 시공자 규모와 같은 불필요한 요건은 완화할 수 있지만 사업성 원칙 자체를 희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PF 시장의 취약고리로 꼽히는 지방 사업장까지 정책 효과가 미칠 수 있느냐다. 수도권보다 미분양 위험이 높고 분양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보증 총량이 늘어나더라도 사업성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자금이 필요한 사업장과 공적 보증이 가능한 사업장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PF 부문 관계자는 "현재 PF 시장에서 진짜 문제는 지방에 장기간 묶여 있는 사업장들이고, 그런 사업장들은 이번 보증 확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부가 보증 공급량을 늘려도 증권사들이 다시 PF 몸집을 공격적으로 키우기보다는 사업성이 확인된 우량 본PF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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