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바꾼 투자 공식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8.05 11:28 / 수정: 2026.08.05 11:28
사이드카 43회 중 25회가 레버리지 ETF 이후
코스피, 반도체·ETF·개인 '3중 쏠림'
RIA 세제혜택에도 서학개미는 다시 미국행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증시의 투자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한 정부 정책과 달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특정 종목으로 수급이 쏠리면서 국내 증시는 장기 보유보다 단기 매매가 유리한 시장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증시를 둘러싼 각종 지표는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준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급감했고 증시 대기자금은 두 달 만에 35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시장안정화장치 발동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개인 중심의 수급 구조와 반도체 대형주 편중,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맞물리며 변동성을 키웠고, 그 결과 투자 문화 자체가 단기 매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는 14조16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56조5331억원)보다 74.9% 감소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빠르게 줄었다.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4조1354억원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6월 4일(139조6948억원)보다 약 두 달 만에 35조원 이상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자금이나 매도 후 인출하지 않은 자금으로, 향후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예탁금 감소는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증시를 떠난 자금은 다시 미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를 도입하고 해외주식을 매도해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현재 50%) 공제하는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RIA를 통해 국내 자산으로 유입된 누적 자금은 2조1073억원이다. 이 가운데 6~7월 80%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을 적용받은 신규 유입 자금은 6239억원에 그쳤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6억6862만달러(약 6조7000억원)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약세로 전환된 6월부터 미국 주식 순매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에는 매수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는 높은 변동성으로 단기 대응이 불가피한 반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장기 성장에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부담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 시장안정화장치 발동 '역대급'…레버리지 ETF 이후 변동성 확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시장안정화장치 발동 횟수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사이드카와 시장 전체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올해 들어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동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시장안정화장치 발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는 총 43차례 발동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발동된 전체 사이드카(55회)의 78.2%에 해당한다.

서킷브레이커도 올해에만 9차례 발동됐다. 최근 10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 12회 가운데 75%가 올해 집중됐다.

특히 사이드카 43회 가운데 25회(58.1%)는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발생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전체 발동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셈이다. 코스닥시장까지 포함하면 올해 사이드카는 총 70회, 서킷브레이커는 13차례 발동됐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개인의 단기 매매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한층 확대됐다고 분석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가 상품을 매수하면 유동성공급자(LP)가 기초자산을 기계적으로 사고팔아 목표 수익률을 맞추는 구조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 하락하면 추가 매도가 발생해 시장의 상승과 하락 폭을 모두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지난 5월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스피는 2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9.9%, SK하이닉스는 23.6% 각각 내리며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발동 횟수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 43회 중 25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발동 횟수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 43회 중 25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반도체·ETF·개인 '3중 쏠림'…"상품 구조 개선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변동성의 원인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하나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개인 중심의 거래 구조와 반도체 대형주 편중, ETF를 통한 자금 집중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변동성이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는 개인 거래 비중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두 종목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ETF가 늘어나면서 하나의 악재가 여러 상품의 동시 매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단기 매매가 ETF를 통해 대형주로 전달되고, 다시 지수 변동성을 키우는 '3중 쏠림'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상품 구조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면밀한 검토 없이 상품이 도입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현금 거래 중심으로 운영하고 미수·신용거래를 제한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레버리지 배율 자체를 낮춰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예탁금을 추가로 높여 단기 투기성 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억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순자산과 거래대금이 단기간에 급증한 만큼 투자자 보호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일회성 교육보다 실제 손익 사례를 반영한 정기적인 투자자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으며 최소 매매단위도 1좌에서 20좌로 확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레버리지 ETF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를 언급하며 추가 보완 필요성을 주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만으로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라는 말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실제 투자 행태를 설명하는 표현이 되고 있다"며 "세제 혜택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다. 기업 가치보다 정책과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환경이 계속된다면 장기 자금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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