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10만~50만원…'매출 2조' 현실성도 도마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미반도체가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영업이익률 51.9%에도 분기별 실적 변동성과 기존 성장 목표의 현실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면서 적정 기업가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 상한가 보름 만에 원점…최대 실적도 못 지킨 주가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전날 20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5.59% 내린 가격으로, 2분기 실적 발표 직전인 지난달 14일 종가 20만7500원보다도 2.4% 낮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14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511억원, 영업이익 13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5%, 51.0% 증가했다. 매출은 창사 이래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51.9%에 달했다.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급등했다.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5일 가격제한폭인 29.88% 오른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튿날 곧바로 10.02% 하락했고, 29일에는 장중 14만8900원까지 밀렸다. 상한가를 기록한 종가와 비교하면 장중 낙폭은 44.7%에 이른다.
지난달 31일에는 27.98% 반등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달 3일 다시 5% 넘게 하락하면서 실적 발표 직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달 15일 상한가 종가와 비교해도 24.9%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주와 국내 증시 전반의 변동성도 커졌다. 핵심 고객사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15일 208만2000원에서 이달 3일 156만7000원으로 24.7% 떨어졌다. 이달 3일 하루 동안 SK하이닉스는 8.79%, 코스피는 5.12% 하락했다.
다만 한미반도체는 실적 발표 직후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기대가 집중됐던 만큼 주가 반락 폭도 컸다. 사상 최대 실적이 확인된 이후에도 향후 이익 전망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 1분기 17%·2분기 52%…고객사 투자에 출렁인 수익성
한미반도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09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5%, 87.9%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16.6%에 머물렀다. 2분기 영업이익률과의 격차는 35.3%포인트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약 5배, 영업이익은 15배 이상 증가했다. 한 분기 사이에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면서 향후 실적 추정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반도체 장비업체는 고객사의 발주뿐 아니라 장비 생산과 납품, 검수 시점에 따라 매출 인식 시기가 달라진다. 고마진 TC본더의 출하와 검수가 특정 분기에 집중되면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지만, 고객사의 투자 일정이 늦어질 경우 실적 인식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을 비롯한 해외 고객사의 발주 확대가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는 국내 고객사의 투자 둔화를 마이크론과 중국 수요가 상쇄했으며, 신규 TC본더 수출이 국내 판매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 발주가 늘었지만 고객 구조가 충분히 다변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HBM 투자를 주도하는 글로벌 메모리업체가 제한적인 데다 주요 고객사의 설비투자 일정에 따라 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마이크론의 발주가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지는지, SK하이닉스 등 국내 고객사의 투자가 다시 확대되는지가 관건이다. 여러 고객사의 발주와 납품 일정이 분산되지 않으면 분기별 실적 편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가의 적정가치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집계 기관에 따라 한미반도체의 12개월 목표주가는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벌어져 있다. 투자의견 역시 매수 4건, 매도 3건, 보유 1건으로 팽팽하게 갈린다.
TC본더 수요가 수년간 이어지고 해외 고객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증권사는 높은 성장률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고객사의 설비투자 조정과 분기별 실적 변동성, 장비업체 간 경쟁을 우려하는 곳은 보수적인 평가를 내놓는 모습이다.
◆ 사라진 '매출 2조' 목표…투자계획만 있고 실적 청사진은 없다
한미반도체가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적정 기업가치를 둘러싼 의문을 해소하기보다 새로운 논쟁거리를 남겼다. 생산시설과 신제품 투자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앞서 내걸었던 매출 목표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앞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5년 매출 1조2000억원과 2026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매출은 5767억원으로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3021억원이다. 기존 매출 2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약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평균 8490억원가량이 필요한 셈으로, 창사 이래 최대였던 올해 2분기 매출의 약 3.4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미반도체가 지난달 20일 내놓은 새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매출 2조원 목표의 유지 여부가 담기지 않았다. 5000평 이상 규모의 8공장 매입과 미국 법인 설립, 차세대 장비 개발 등 투자계획을 제시하면서도 이를 통해 달성할 매출과 수익성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어떤 수주 전망을 토대로 마련됐는지, 기존 매출 목표를 폐기하거나 수정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우면서 정작 투자자가 성과를 판단할 기준은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하이브리드 본더 역시 아직은 개발 로드맵 단계에 머물러 있다. 회사는 올해 말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7년 상반기 전용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시제품 공개 이후에는 고객사의 성능 평가와 장비 인증, 공급계약, 양산 적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객사와 공급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 가동 계획만으로 향후 매출 기여도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한미반도체는 기존 매출 목표의 유지 여부와 최근 계획에서 재무 목표를 제외한 배경, 하반기 수주·납품 전망, 하이브리드 본더의 고객사 평가 일정 등에 관한 질의에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에서도 기업가치 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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