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추가 규제 '만지작'…이억원 위원장 "무거운 책임 통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연쇄적인 거래량 폭락을 맞이하고 있다. 예탁금 상향 조정으로 문턱을 높인 정부의 규제 첫날 거래대금이 4분의 1 토막 난데 이어, 이튿날에는 또다시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한 달가량 과열된 시장이 완전히 주저앉은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도 공존한다. 기형적 투기판이 정상 궤도로 안착하는 신호라는 낙관론과 소액 투자자를 강제 퇴출해 만든 인위적인 거래 절벽일 뿐이라는 신중론이 맞선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수익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2배 상품의 총 거래대금은 1조2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기 전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달 30일 거래거래대금(12조4485억원)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든 수치다.
종목별로도 거래량 급감은 도드라진다.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대표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3일 5915만6963주가 거래됐다. 정부의 규제책이 시행된 첫날인 7월 31일 1억2268만4712주에 비해 반토막 났으며, 같은 달 30일 4억8889만8366주 대비 87.89% 급락했다. 7월 한 달간 평균 거래대금이 2억원 이상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7월 한 달간 시장을 지배한 광기 어린 초단타 회전매매가 자취를 감추면서 기형적인 수급 왜곡이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됐지만 최근 쏠림이 완화되면서 코스피 ADR(등락비율)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코스피 내 순환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당분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발 수급 변동성은 눈에 띄게 완화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이러한 수급적 이슈보다는 반도체 업황이나 기업들의 실제 실적 등 펀더멘털 요소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ETF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와 시장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착시론과 신중론을 제기한다. 투기 억제 등 명분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원천 차단해 만든 인위적인 거래 절벽이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일시에 올리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강제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며 "거래량이 급감하면 유동성 공급이 위축돼 오히려 적정 가격 발견 기능이 떨어지고 시장 역동성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헤지(위험회피) 수단이자 시장 윤활유 역할도 해왔다"며 "거래량이 급감한 틈을 타 특정 세력이나 기관의 단기 회전거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오히려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스프레드가 떨어져 남은 투자자들이 더 가격 왜곡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도 시장 안팎 우려를 인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본 예탁금 상향 조치에 그치지 않고, 시장 과열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개인별 총투자금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만 매수를 허용하는 총량 투자한도 제한이나 사전 교육 강화, 모의거래 의무화, 선행 투자경험 요건 신설, 당국이 레버리지 비율을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법제화 등 강력한 추가 규제책을 검토 중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국민 신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무겁게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하다"며 "보완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도 과감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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