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심사 적체에 신규 ETF 출시 줄줄이 연기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촉발한 후폭풍이 국내 ETF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규제 강화 이후 거래가 급감했고, ETF 시장 전체 순자산은 한 달 만에 130조원 넘게 증발했다. 여기에 거래소의 신규 ETF 심사까지 지연되면서 신상품 출시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등 ETF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8조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2일 역대 최대인 533조원을 기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약 135조원이 줄며 다시 4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국내 ETF 시장은 올해 초 순자산 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5월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계기로 5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 둔화와 증시 급락이 겹치며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특히 시장 확대를 주도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빠르게 식고 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간 순자산이 3조6000억원 이상 감소했고,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도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거래 열기도 눈에 띄게 식었다. 기본예탁금이 가용증권 포함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은 급감했다. 규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거래대금은 3조1000억원대로 직전 거래일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후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1조2479억원)까지 떨어졌다. 규제 시행 직전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는 사실상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거래 감소가 장 마감 직전 유동성공급자(LP)의 리밸런싱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급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ETF 시장 전체의 활력도 함께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여파는 신규 상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에 8월 신규 ETF 상장 심사가 평소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국회·금융당국 대응 업무가 늘어난 데다 기존 심사 물량이 쌓이면서 심사 일정이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ETF는 기획부터 지수 계약, 거래소 심사, 상장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심사 지연은 하반기 상품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AI·반도체·방산 등 테마형 ETF는 출시 시점 자체가 경쟁력인 만큼 일정이 늦어질 경우 투자자 수요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오는 9월 추진되던 ETF 애프터마켓(오후 4~8시) 거래 도입도 사실상 연기되는 분위기다. 최근 자산운용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응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거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 위축이 곧 투자심리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누적 손익은 약 10조원 손실로 추정되지만 실제 평균 매매수익률은 약 -10% 수준"이라며 "급락에도 예상보다 청산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후속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ETF 시장의 혁신 속도까지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장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상품이 결과적으로 순자산 감소, 거래 위축, 신규 상품 출시 지연, 애프터마켓 연기 등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낳으며 국내 ETF 시장 전반의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심사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적체된 심사 물량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규 신청 건의 일정이 일부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이라며 "신규 ETF 심사를 제한하거나 중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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