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증여·오설록 실무 경험 맞물려 후계 구도 다시 이목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올해 2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간 가운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식품 계열사 오설록이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설록은 서경배 회장의 차녀 호정 씨가 실무 경험을 쌓는 무대이기도 해, 회사의 성장과 맞물려 호정 씨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543억원, 영업이익은 1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6%, 53.3% 증가하며 1분기에 이어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실적 개선은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이 이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온라인·멀티브랜드숍(MBS) 채널 경쟁력 강화와 미주·유럽 등 해외 핵심 시장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17%, 영업이익이 59% 늘었다.
나머지 계열사 실적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뷰티 브랜드사는 유통 채널 효율화 영향으로 매출이 1058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각각 13%, 51% 감소했다.
반면 오설록과 오설록농장 등 기타 계열사는 온라인 선물세트 판매와 제주 티뮤지엄 내 말차 스테이션·말차 누들바 운영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18% 증가한 45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뷰티 브랜드사가 주춤한 사이 비(非)뷰티 축인 오설록의 성장세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오설록은 지난해 매출 1109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4%, 25% 성장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온·오프라인 판매가 고르게 성장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설록은 1979년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선대회장이 제주에 차밭을 조성하며 시작됐다. 화장품이 주력인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유일한 식품 브랜드로, 2019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 제주에서 100만평 규모의 차밭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1년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개관과 2005년 서울 명동 티하우스 1호점 개점 등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말차 열풍을 타고 미국 프리미엄 유통망과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K-티' 브랜드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제주 한남차밭에 '티하우스 티팩토리점'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오설록의 역사와 철학, 차 재배·생산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 '티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생산시설인 티팩토리와 티하우스, 티라이브러리가 한데 모인 한남차밭을 찻잎 재배부터 한 잔의 차가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팜투컵(Farm-to-Cup) 복합 차 문화 공간으로 구축해 프리미엄 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오설록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지난해 제품개발 조직에 합류한 호정 씨에게도 덩달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정 씨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해 7월 오설록 PD(Product Development)팀에 입사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적은 없지만 사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언니인 민정 씨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민정 씨는 뷰티영업전략본부와 그룹전략실 등 핵심 부서를 거치며 그룹 경영의 중심에 섰지만 2023년 7월 이후 장기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장녀 중심의 후계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이동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호정 씨는 2021년과 2023년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약 300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9만주를 추가로 증여받았다. 3월 말 기준 호정 씨의 홀딩스 보통주 지분은 0.43%지만, 보유 중인 전환우선주(12.77%)가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면 총지분은 2.29%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민정 씨와의 지분 격차는 2.73%포인트에서 약 0.56%포인트로 좁혀진다. 지난 6월 결혼식을 올리며 대외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다만 승계 구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서 회장이 홀딩스 지분 57.1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고, 민정씨 역시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경영 복귀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지분 승계 흐름과 오설록에서의 실무 경험이 맞물리면서, 오설록이 호정 씨의 그룹 내 역할 확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무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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