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이끈 정상혁 행장, 통합 신한銀 첫 '3연임' 역사 쓸까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8.04 09:00 / 수정: 2026.08.04 09:00
상반기 순익 2조4585억원…KB국민은행보다 2331억원 앞서
장기 재임 부담·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변수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신한은행 최초로 세 번째 임기를 맡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상혁 행장 체제의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오르며 연임의 가장 강력한 명분인 실적을 확보했다. 다만 신한은행에서 통합은행 출범 이후 세 번째 임기를 부여받은 전례가 없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절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말 끝난다. 정 행장은 한용구 전 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인 2023년 2월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2024년 12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재선임 추천을 받아 2026년 말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연임 CEO에게 통상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하던 관행을 깨고 정 행장에게 2년을 더 맡겼다.

정 행장이 올해 다시 행장 후보로 추천되면 취임 이후 세 번째 임기를 맞게 된다. 다만 신한은행 전체 역사상 첫 사례는 아니다. 라응찬 전 회장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신한은행장을 세 차례 연속 맡았다. 정 행장이 재선임될 경우에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해 2006년 출범한 통합 신한은행의 첫 세 번째 임기 행장이 된다.

통합은행 출범 이후 장기간 재임한 신상훈·서진원 전 행장도 은행장으로 선임된 횟수는 두 차례였다. 신 전 행장은 2003년 은행장에 취임한 뒤 2006년 통합 신한은행장에 선임돼 2009년까지 은행을 이끌었다. 서 전 행장은 2010년 말 취임해 2012년 한 차례 연임한 뒤 2015년 물러났다.

정 행장의 최대 강점은 실적이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2조225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보다 2331억원 더 벌면서 은행 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만 놓고 봐도 1조3014억원으로 1분기보다 12.5% 늘었다.

수익성 개선에는 순이자마진(NIM) 상승과 누적된 대출자산 성장이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의 NIM은 지난해 2분기 1.55%에서 올해 1분기 1.60%, 2분기 1.61%로 올랐다. 상반기 기준 은행 NIM은 1.60%로 전년 동기보다 0.05%포인트 개선됐다. 수수료이익은 증가했지만 시장금리 상승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줄어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판매관리비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전체 순이익은 증가했다.

자산 성장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집중됐다. 신한은행의 6월 말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보다 1.8% 늘었다. 기업대출은 2.8% 증가한 반면 가계대출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대출이 6.6%, 중소기업 대출이 1.8% 증가했다. 6월 말 연체율은 0.34%,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1%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앞선 연임 과정에서 정 행장을 평가한 기준도 실적과 건전성, 내부통제였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2024년 정 행장을 재선임하면서 견조한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글로벌 부문의 성장,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평가에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 순이익 1위를 차지하면서 정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던 신한금융의 판단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신한은행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 순이익 1위를 차지하면서 정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던 신한금융의 판단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신한은행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 순이익 1위를 차지하면서 정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던 신한금융의 판단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실적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의 경영 호흡 등을 고려할 때 정 행장의 재연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는 시각이 나온다. 정 행장은 지난 연임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이례적으로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 정도로 그룹의 신임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세 번째 임기라는 상징성과 장기 재임에 따른 조직 쇄신 필요성 때문에 재선임을 기정사실화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연말 인사의 핵심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강화, CEO 선임·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해 왔다. 금융위는 당초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발표가 거듭 미뤄졌으며, 지난달 20일에도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세 번째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은 개선안의 주요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제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은행장에게도 같은 임기 제한을 적용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선안이 정 행장의 세 번째 임기를 직접 금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임기 횟수 제한과 별개로 은행장 선임 과정은 당국의 개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다수의 은행장 선임 절차도 예정돼 있다며 지배구조 관련 모범규준과 법률 개정안을 함께 적용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개선안이 발표되면 후보군 관리와 평가 기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현직 CEO를 재선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사회의 설명 책임 등이 이전보다 강화될 수 있다.

차기 행장 후보는 신한금융 자경위의 추천과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실적과 경영 연속성만 놓고 보면 정 행장이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 내부통제 평가, 조직 쇄신 및 차기 경영진 육성 필요성까지 더해지면서 최종 결과는 연말 인사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 행장이 리딩뱅크 실적으로 재연임의 명분을 확보했지만 세 번째 임기는 첫 연임과는 판단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실적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후계자 육성, 이사회의 독립적인 검증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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