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지수 역대 최고·전국 미분양 6만7464가구…유동성 압박

[더팩트|이중삼 기자] 비수도권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치솟은 공사비에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까지 겹치며 폐업 건수는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수도권 대형사에는 수주가 몰린 반면 비수도권 중소업체는 일감과 유동성이 동시에 마르면서 생존 한계에 내몰렸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폐업 건수는 4000곳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 폐업을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한 건설사는 2092곳으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2194곳)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집계 기간을 지난달 29일까지 확대하면 폐업 신고 건설사는 2475곳으로 늘어난다. 한 달도 채 안 돼 383곳이 더 문을 닫았다.
건설사 폐업이 급증한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이 맞물린 건설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사비 급등이 경영 부담을 키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7%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크게 웃돌면서 건설현장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철근 등 핵심 자재 가격 인상이 주도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일반철근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1%·시장가격지수는 12.1% 각각 상승했다. 철근을 중심으로 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체감 건설경기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5로 조사됐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83.3·중견기업 75.9·중소기업 58.3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이 65.9로 서울(78.9)보다 크게 낮았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기업들이 인식하는 경기는 여전히 부진 국면에 머물고 있으며 중소 건설사의 체감경기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간 경기 격차와 중소 건설사의 실적·자금 여건 취약이 경기 회복의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PF 금융 여건과 금리 수준 등 구조적 금융 리스크도 경기 개선 속도를 제약하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 수주는 수도권으로…지방 건설사는 '이중고'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공공 일감마저 줄면서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올해 5월 공공 건설수주는 5조원으로 전월보다 19.1% 감소했다. 주택 부문은 같은 기간 55.7% 급감했다. 여기에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비수도권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464가구로 전월(6만5239가구)보다 3.4%(2225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8770가구로 0.9%(169가구) 늘었고 비수도권은 4만8694가구로 4.4%(2056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2만9786가구로 전월(2만9350가구)보다 1.5%(436가구) 늘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은 2만5091가구로 전체의 84% 이상을 차지했다.
수주 시장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에 일감이 집중되는 반면 중소업체는 신규 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회복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건설수주는 128조4000억원으로 전년(114조3000억원)보다 증가했지만 비수도권은 77조원으로 전년(81조2000억원)보다 감소했다. 공공 수주 역시 수도권 쏠림이 이어지면서 지역 간 회복 속도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의 수주 확대와 중소업체의 수주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공공시장 내 수주 양극화를 완화하고 중소업체의 참여 기반을 넓히는 발주 전략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낼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비수도권 중소 건설사부터 유동성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사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 여건까지 악화하면 시장 재편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비수도권 중소 건설사가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다르다"며 "일감 부족과 공사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PF 구조조정까지 더해지면 경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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