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정비사업 수의계약…"유찰 1회로 줄이자" 탄력 받나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6.07.31 10:42 / 수정: 2026.07.31 10:42
압구정·여의도 등 핵심지 수의계약 잇따라
서울시, 한번 유찰시 수의계약 가능…사업 속도↑
조합-시공사 담합 확대 우려도
20260206 / 부동산 / 아파트 / 주택 / 자료사진 /박헌우 기자
20260206 / 부동산 / 아파트 / 주택 / 자료사진 /박헌우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서 경쟁입찰이 사라졌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 여파로 선별수주에 나서면서다. 특히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업계 상위 건설사가 관심을 두는 곳은 다른 건설사들의 기피 대상 1호다. 반복되는 유찰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업계에선 수의계약 요건을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서울 핵심지에서 수의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의 경우 현대건설이 2·3·5구역을 수주했는데 경쟁입찰은 5구역 하나였다. 삼성물산도 4구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여의도에서는 목화아파트가 두 차례 진행한 입찰 모두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대교아파트 시공권도 경쟁 없이 가져갔다. 현대건설의 경우 광장아파트 38-1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두 차례 모두 단독으로 참여하며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GS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었고 3지구는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6단지도 DL이앤씨가 무혈입성했다.

특히 목동의 경우 올해 14개 단지가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가운데 업계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관심을 두는 단지를 제외한 곳을 나머지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나눠 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를 선별적으로 검토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이 내세우는 조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경쟁입찰에 따른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 대신 수주 가능성이 크거나 사업성이 확실한 사업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시공권 경쟁이 벌어지면 홍보비 등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손해다. 업계에선 한 건설사가 긴 시간 공을 들인 곳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수의계약을 맺는 것이 조합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합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공사 간 경쟁은 아파트 가치의 큰 상승을 불러온다. 반면 경쟁이 사라질수록 시공과 관련된 선택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사비나 향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지연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은 2회 이상 유찰될 때만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또 조합은 현장설명회 개최 7일 전 입찰공고를 내야 하고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 마감까지 최소 45일 이상의 기한을 둬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수의계약을 1번만 유찰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기준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 정비사업 여건이 악화해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현실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입찰공고 후 수의계약 절차까지는 최소 3달은 걸린다"며 "그 사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쟁입찰을 주장하며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입찰 제한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담합이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조합들은 현장설명회 후 일주일 안에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제출하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다.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조건을 분석해야 하는데 일주일은 입찰참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짧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장설명회는 사업성과 입찰조건을 알게 되는데 중요한 자리인데 일주일 만에 입찰 여부를 확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조합이 특정 건설사를 염두에 둔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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