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도 레버리지'라던 금융위…규제 선회에 투자정책 일관성 논란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7.30 10:33 / 수정: 2026.07.30 10:33
권대영 "빚투는 레버리지의 일종" 발언 재조명
레버리지 ETF 사태에 예탁금 인상 이어 전문투자자 제한 검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한 발언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 이후 예탁금 인상과 전문투자자 제한 등 규제 강화에 나서며 정책 일관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한 발언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 이후 예탁금 인상과 전문투자자 제한 등 규제 강화에 나서며 정책 일관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 이후 일반투자자의 투자 문턱을 높이는 고강도 규제에 잇달아 나서면서, 불과 1년 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빚투(빚내서 투자)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던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승기에는 레버리지 투자를 독려하고, 시장이 흔들리자 투자자 규제에만 집중하는 금융당국의 엇갈린 정책 기조가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년층의 '빚투'에 대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과거 10년간 부동산과 예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주식시장이 훨씬 높았다"며 장기 주식투자를 권했고, 코스피 4000선 돌파에 대해서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상법 개정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시장에서 평가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5000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증시 낙관론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의 기조는 규제 중심으로 급선회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필요하다면 전문투자자로 투자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여기에 일반투자자의 거래를 제한하고 전문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규제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 추가 인상과 전문투자자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 추가 인상과 전문투자자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문제는 이 같은 규제 강화가 금융당국이 직접 추진했던 정책의 실패를 투자자 규제로 수습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당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도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상품 출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신규 상품 상장 중단, 광고 금지, 투자 교육 강화, 예탁금 상향에 이어 전문투자자 제한까지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증시가 상승할 때는 정부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다가, 시장이 급락하자 글로벌 변수와 시장 구조를 원인으로 설명하는 금융당국의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판단과 위험 관리에 대한 책임보다 사후 규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을 설계할 때는 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며 레버리지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문제가 발생하자 투자자 진입을 막는 규제만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정책 실패에 대한 평가와 책임은 흐려진 채 투자자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AI 투자와 반도체 업황 변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국내 증시 구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최근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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