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디스카운트①] 성기학·성래은 오너 지분 0.02%…'인색한 배당'의 실체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6.07.31 00:00 / 수정: 2026.07.31 00:00
쿼드운용 "배당성향 70%로 올려야"…193% 상승 여력 제시
오너 일가 영원무역 지분 0.02%…배당 늘려도 몫 크지 않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낮은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 쿼드자산운용은 영원무역이 탄탄한 실적에도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저평가받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봤다. 사진은 영원무역 창업주 성기학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 /영원무역·더팩트DB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낮은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 쿼드자산운용은 영원무역이 탄탄한 실적에도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저평가받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봤다. 사진은 영원무역 창업주 성기학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 /영원무역·더팩트DB

행동주의 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지난 6월 영원무역 지분 1.7%(75만5935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57쪽 분량의 공개 주주서한을 이사회에 발송했다. 탄탄한 실적에도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돼 온 원인을 따져 묻는 취지다. 쿼드자산운용은 ①총주주환원율 70% 확대 ②불합리한 내부거래 정리 ③합리적인 경영진 보상체계 마련을 요구하며 7월 31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쌓아둔 현금, 오너 일가와의 내부거래, 실적과 무관한 보수. 낮은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로 요약되는 이 문제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이 손대려 한 지점이다. 그 세 가지가 영원무역 한 곳에 모여 있다. 이번 서한을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팩트>는 쿼드자산운용이 던진 요구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원무역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4년 2.4배에서 0.8배(서한 발송 시점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쿼드자산운용이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세 가지다. △과도한 사내유보에 따른 주주환원 미흡 △최대주주 일가와 오랜 기간 이어진 내부거래 △실적과 따로 노는 경영진 보수 체계다.

그중 첫 번째가 '낮은 주주환원'이다. 벌어들인 돈을 배당으로 내보내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묶어두면서 자본 규모만 비대해졌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636억원, 영업이익 51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5%, 63% 늘었다. 이 회사는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 글로벌 40여 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주문받아 대신 만드는 회사(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다.

자체 의류 브랜드는 없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이 생산을 맡길 만큼 제조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특정 고객사에 매출이 쏠리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와 한번 맡기면 생산처를 바꾸기 어려운 전환비용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1980년대 선제적으로 구축한 방글라데시 생산 기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쿼드자산운용이 각국 통계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방글라데시 제조업의 월평균 임금은 150달러 안팎으로 중국(1185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주문을 받아 만드는 을(乙)의 위치임에도 가격 협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시장은 영원무역에 '아웃도어 업계의 TSMC'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런데 나날이 성장하는 실적과 달리 주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 가치와 비교해 시장이 주가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0.8배는 회사가 장부상 보유한 순자산보다도 시장이 매기는 몸값(시가총액)이 낮다는 뜻이다. 동종업계 평균 1.9배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낮은 주주환원은 곧바로 지표에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영원무역의 매출은 156%, 순이익은 279% 성장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배당 정책 탓에 자기자본은 2014년 1조원에서 지난해 3조9000억원으로 285% 급증했다. 벌어들인 이익보다 자본 규모가 더 가파르게 커진 셈이다.

그 결과 주주가 맡긴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4년 이후 오히려 1.4%포인트 하락했다. 이익 규모가 유지되더라도 분모인 자본이 커지면 ROE는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 글로벌 40여 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주문받아 대신 만드는 회사(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다. 사진은 노스페이스 롯데월드몰 메가스토어. /영원아웃도어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 글로벌 40여 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주문받아 대신 만드는 회사(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다. 사진은 노스페이스 롯데월드몰 메가스토어. /영원아웃도어

내부에 묶여 있는 자산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영원무역의 순현금(차입금 제외)은 1조1000억원이며, 보유 주식과 투자부동산까지 합산하면 비영업 금융 및 부동산 가치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 시가총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 가운데 금융자산이 올리는 수익률이 연 2.1%에 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회사 전체 투하자본이익률(ROIC) 7.7%에도 크게 못 미친다. 고수익 사업에서 번 돈이 저수익 자산에 묶이면서 전사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 쿼드자산운용의 분석이다. 쿼드자산운용은 스캇을 떼어내고 쌓아둔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줄 경우 OEM 사업의 ROIC가 17.5%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자본 배치의 적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원무역은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에 지분투자 1935억원과 대여금 2718억원을 집행했다. 채무보증 3439억원까지 더하면 실질·잠재 투자 규모는 809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투자 이후 누적 손실은 116억원에 달하며, 2024년에는 스캇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OEM 사업 등이 거둔 영업이익의 40.2%가 상쇄됐다.

정작 배당성향은 인색하다. 최근 10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2.9%에 그쳤고, 지난해 역시 18.2% 수준이었다. 대만 경쟁사인 이클랏(74.6%)이나 마카롯(102.4%)은 물론 국내 경쟁사인 한세실업(41.3%)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사측은 2027년까지 배당성향을 25%로 끌어올리겠다는 주주환원책을 내놨으나, 쿼드자산운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쿼드자산운용이 요구하는 배당성향은 70%다.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ROE는 13.3%로 상승하고, PBR도 2.3배 수준으로 재평가돼 주가가 현재보다 193%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쿼드자산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영원무역은 그간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2억달러(약 1조86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혀왔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를 감안한 추정치를 내놨다. 투자를 모두 집행하고도 70% 배당을 실시하면 2030년 말 기준 1조1000억원의 현금이 남는다는 것이다. 영원무역의 투자 계획과 쿼드자산운용이 요구하는 배당성향 70%는 양립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영원무역 지배구조. 영원무역 지배구조. 성기학 회장과 성래은 부회장은 비상장사 YMSA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를 거쳐 영원무역을 간접 지배한다. 이 구조에서는 배당을 늘려도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몫이 크지 않다. /쿼드자산운용
사진은 영원무역 지배구조. 영원무역 지배구조. 성기학 회장과 성래은 부회장은 비상장사 YMSA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를 거쳐 영원무역을 간접 지배한다. 이 구조에서는 배당을 늘려도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몫이 크지 않다. /쿼드자산운용

그렇다면 회사는 왜 배당에 소극적일까. 쿼드자산운용은 지배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창업주 성기학 회장은 영원무역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고, 차녀 성래은 부회장의 지분도 0.02%(9600주)에 그친다. 대신 비상장사 YMSA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를 거쳐 회사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배당을 늘려도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몫이 크지 않다. 지분율만 단순 대입해 영원무역이 1000억원을 배당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지분 50.52%를 가진 영원무역홀딩스에 505억원이 간다. 나머지 495억원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들의 몫이다.

영원무역홀딩스가 받은 505억원 가운데 성 회장 지분(16.94%)에 해당하는 86억원, YMSA 지분(29.39%)에 해당하는 148억원이 위로 올라간다. 이 148억원은 다시 성 부회장(50.10%)과 성 회장(49.90%)이 나눠 갖는다. 결국 오너 일가가 손에 쥐는 돈은 234억원, 이 가운데 성 부회장 개인 몫은 74억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입장에서 영원무역의 사내유보금을 줄여가며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영원무역 관계자는 "(쿼드자산운용의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을 검토 중이고 잘 대응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기한(7월 31일) 내 회신할지에 대해서도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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