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주요 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보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보험 계열사들의 실적은 손해율 상승과 보험금 예실차 악화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주춤했지만, 금융지주들은 안정적인 비은행 이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 1위인 KB금융은 기존 보험 계열사의 수익성과 미래 이익 기반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대와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며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7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KB라이프도 1506억원으로 20.4% 줄었다. 신한라이프 역시 2906억원으로 15.6% 감소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편입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실적이 올해 처음으로 상반기 그룹 실적에 온전히 반영됐다. 동양생명은 상반기 919억원, ABL생명은 1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비은행 부문 실적 확대에 기여했다. 다만 이는 보험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라기보다 보험사 편입 효과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보험업권의 상반기 실적 둔화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보험금 예실차가 악화한 영향, 투자손익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순이익 감소와 달리 주요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중장기 이익 기반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이 보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보험이 그룹의 핵심 비은행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은행과 다른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하는 데다 그룹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그룹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 비중은 44%로 지난해 상반기 39%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30.3%에서 35.4%로 5.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편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비은행 이익 기여도가 지난해 상반기 6.9%에서 올해 상반기 22.3%로 15.4%포인트 확대됐다. 다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 비중 확대에는 증권 계열사의 실적 개선 영향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도 하반기에는 일부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규 채권 투자수익률과 운용자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손해율과 보험금 예실차,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어 금리 인상 효과가 단기간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의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KB금융은 업계 최대 보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외형 확대보다 내실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의 손해율 관리, 보장성보험 확대, CSM 성장 등을 통해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KB손해보험의 6월 말 CSM은 10조72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3% 증가했고, KB라이프의 CSM도 3조7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었다. KB손해보험은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와 함께 보장성보험 중심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KB라이프는 연금보험 판매 확대와 자본 효율을 고려한 상품 운용을 통해 현재 이익과 미래 수익성을 함께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의 내실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취약한 손해보험 부문을 M&A로 보강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상반기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신계약 CSM은 7161억원으로 1.6% 증가했고, 보유 CSM도 7조9147억원으로 8조원에 근접했다.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을 유지하면서도 연금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자산부채관리(ALM)를 통해 안정적인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자체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여기에 신한금융은 생명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손해보험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신한라이프의 생명보험 경쟁력과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영업채널을 결합해 생·손보를 아우르는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인수 가격과 추가 자본확충 부담, 기존 신한EZ손해보험과의 역할 조정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편입 효과를 넘어 통합 시너지 창출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상품·채널 협업과 자산운용, ALM 효율화 등을 통해 그룹 내 보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고객 기반을 보험과 연계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의 단기 수익성은 다소 둔화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 투자수익률 개선 등 업황이 개선될 여지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 중심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커지는 가운데 보험이 안정적인 비은행 이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지주 간 경쟁의 무게중심도 점차 보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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